내년도 821조원 ‘슈퍼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임광현 국세청장(현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석한 국세청 국감에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과세에 앞서 사과부터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아직도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에 대해 법을 안 만들고 젊은이에게 (가상자산) 과세를 하는 것은 정말 죄송하게 됐다”며 사과부터 할 것을 주문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해 발생하는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 된다. 250만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세(20%)와 지방소득세(2%)를 합산한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과세는 전체 투자자 1326만명(작년 12월 업비트 누적 회원 기준)에게 적용돼 관련 요건 충족 시 부과된다. 첫 신고는 2028년 5월 이뤄진다.
이 의원이 사과부터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우리 정부가 글로벌 트렌드를 제대로 못 읽고 기본법 마련도 없이 과세부터 하려고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미국과 일본은 가상화폐를 재산으로 인정하고 거래소 등록을 했는데, 우리는 2017년도에 모든 형태의 가상자산공개(ICO)를 전면금지하고 법무부 장관은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하겠다고 선언하고 가상자산은 자산이 아니라고 했다”며 “젊은이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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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나라는 다양한 사업 진출 기회를 막았다. 거래소는 코인 매매 수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두나무와 빗썸의 거래 수수료 수익 비중은 각각 96.91%, 100%에 달했다.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두나무, 빗썸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84.6%, 44%나 급감했다. 사업 다각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리테일 시장까지 침체됐는데 내년부터 코인 과세(가 이뤄진다고 하니, 시장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걱정되는 점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도 뒤처지고 있는 점이다. 최근 몇년 새 일본 양상을 보면 현금에서 카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스테이블코인 등 미래 디지털금융으로 점프하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 치밀하게 준비했다. 일본 참의원은 2022년 6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관련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어 정부는 2023년 6월 관련 개정법을 시행했다. 이후 스타트업 JPYC는 2025년 10월 일본의 첫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정식 발행했다. 우리나라가 이재명정부 국정과제인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정부안조차 국회에 제출되지 않는 상황과 대조된다.
게다가 최근 일본은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분류하고 세율 인하까지 추진했다. 일본은 지난 7월 참의원 본회의에서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과 내년부터 가상자산은 주식·채권과 같은 ‘금융상품’으로 규율 받는다. 아울러 일본은 가상자산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체계도 개편했다. 기존에는 투자 수익을 종합과세해 최고 약 55%의 세율을 적용했지만, 세법 개정을 통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 주식처럼 약 20%의 분리과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관련 제도는 2028년 1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일반 주식투자에 비과세하면서 가상자산에는 22% 과세를 부과하려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 일본뿐 아니다. 유럽에서도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세제 체계 안으로 편입해 안정적으로 키우려는 제도 개선이 최근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독일 재무부는 지난 9월 가상자산 과세 개편안을 공개했다. 가상자산을 주식처럼 자본시장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자본소득세를 내년부터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영국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양도소득세 면제를 추진하는 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는 내년 4월 시행이 목표다. 독일이 주식과 가상자산의 형평성을 고려한 세법 개정이라면, 영국은 미래 디지털금융으로서 가상자산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세 부담 완화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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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의원은 지난달 국감에서 “(우리)정부가 미래를 내다보는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과세에 앞서 청년들에 대한 사과부터 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당시 국세청장이었던 임광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말씀 취지를 듣고 보니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이제는 정부, 여당이 답할 때다. 이제라도 가상자산 과세 원안 시행을 접을 때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장기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을 전략적으로 정비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등의 제도를 만들어야 할 때다.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고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전반적인 가상자산 제도 로드맵을 제시하고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선을 앞두고 표심만 노린 장밋빛 가상자산 정책 비전만 제시하는 건 이젠 그만둘 때다. 이번 달에 정부 여당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를 결론짓는 것보다도 이같은 책임있는 정책 행보를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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