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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0월에 편의점이 백화점 매출은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월부터 연말까지는 보통 선물·의류 수요가 증가해 백화점 성수기로 꼽힌다. 이런 10월마저도 편의점이 백화점 매출을 앞지른 것이다. 현 추세라면 연간 기준 매출 1위도 편의점으로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백화점(17.4%)과 편의점(16.7%)의 매출 비중 차이는 0.7% 포인트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큰 이변이 없다면 편의점이 백화점을 앞지르는 첫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은 2021년 대형마트의 연간 매출을 앞섰다. 이후 3년 만에 백화점까지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쇼핑 지형이 급변한 결과로 분석한다. 백화점은 현재 소비력 감소에 직격탄을 맞았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현상’에 지갑을 닫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형마트는 이커머스의 공세에 객수가 급감하며 재기불능 상태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에 주 고객층인 4인 가구가 크게 감소세다. 백화점·대형마트 업종은 현재 매장을 대폭 줄이고 있다.
반면 편의점은 이런 트렌드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소비침체에 맞춰 소용량·가성비 상품을 대폭 늘렸다. 편의점 자체브랜드(PB)가 대표적이다. 현재 CU와 GS25는 각각 ‘득템시리즈’, ‘리얼프라이스’ 등을 운영 중이다. 주요 생필품을 대형마트 이커머스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는 편의점의 ‘슬세권’(슬리퍼를 신고도 이용 가능한 편의시설)의 힘과 합쳐져 시너지를 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CU 득템시리즈의 매출 신장률은 170.1%에 달했다.
쇼핑 트렌드를 주도하는 신상품도 편의점의 힘이다. ‘흑백요리사’ 등 예능이 인기를 끌면 방송에 등장한 ‘밤 티라미수’ 등을 1~2개월 내 출시하는 식이다. ‘곰표 밀맥주’ 등 이종 업계와의 이색 협업 상품도 편의점의 강점이다. 몸집이 무거운 대형마트 등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편의점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 침체는 물론 인구 구조 변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접근성 측면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수요가 편의점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특히 젊은 소비자는 물론 앞으로 소비력이 낮은 1인 가구 고령 소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편의점이 더욱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