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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강의 잘 못한다고 무능 교사?"…원격수업 1년 반의 '그늘'

이상원 기자I 2021.06.13 11:44:00

코로나19 이후 학력 격차, 문제의 핵심은 ‘소통 불가’
디지털 기기 활용 역량, ‘훌륭한 교사’의 기준 왜곡
교육부, 디지털 능력 함양 위해 꾸준한 교사 연수 촉구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요새 좋은 선생님은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는 선생님이에요.”

코로나19로 초·중·고 원격교육이 장기화하면서, 학생-교사 간 소통 문제가 학력 격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교사의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에 따라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도 좌우돼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코로나 시대 교육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8일 오전 유모(11)군이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독자제공)
◇“화상수업 소통 안 돼…좋은 화면이 좋은 수업”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 중인 서울·수도권 학교 상당수는 ‘학교 밀집도 3분의 1 원칙’에 맞춰 재량에 따라 등교율을 조정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 학교 등교율은 △초등학교 67.7% △고등학교 67.2% △중학교는 48.3%다. 중학교의 경우 비수도권 중학교(80.9%)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수도권 학생 대부분은 격주로 등교와 화상수업을 병행하는 식으로 수업일수를 맞추고 있다.

화상수업에 따른 교사와 학생 간 소통 부족이 학력 격차를 야기한다는 지적은 작년부터 계속 있었다. 지난 2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과목별 기초학력 미달비율’은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영어 과목은 미달비율이 같은 기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다 보니 학생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서울시 중구 A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권모(18)양은 “화상수업 중 질문을 위해 여러 학생이 동시에 마이크를 켜면 소리가 물려서 질문이 묻힌다”며 “온라인 수업이 끝나면 질문하기도 어려워 결국 물어보지 못할 때도 생긴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서울 동작구 B중학교에 다니는 정모(15)군은 “선생님께서 수업과 함께 동시에 실시간 오픈채팅방 체크도 하시느라 질문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며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갈 때도 있다”고 밝혔다.

학부형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40대 오모(여)씨는 “오전 11시 이후에는 아이가 쌍방향 수업이 아닌 컴퓨터를 보면서 과제를 푸는데 제대로 공부가 되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사의 ‘디지털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이 좌우되는 경우도 있어, 학생들은 이에 대한 불만도 토로한다. 공모(15)군은 “수업 내용이 가장 중요하지만 시각적 효과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며 “어떤 선생님은 영상을 편집하거나 증강현실(AR) 효과를 사용한 사이트 등을 수업 자료를 활용하는데 교과서에 나온 기본 자료만 쓰는 선생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이어 “가뜩이나 집에서 (수업을) 들어야 해서 늘어지는데 그렇게라도 해서 집중도를 높이려고 하시는 분들의 수업을 더 듣게 될 수밖에 없다”며 “수업의 질 측면에서 많은 학생들이 차이를 느껴 요즘 좋은 선생님은 ‘원격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비주얼’만 잘 보여주면 좋은 교사인가” 교사들도 답답

교사들 역시 어려움을 호소한다. 서울시 강남구 C고등학교 교사 배모(33)씨는 “화면상으로만 봤을 때 아이들이 이해를 했는지 안 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대면 수업의 경우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의 이해정도를 바로 파악할 수 있는데 온라인으로는 얼굴만 보고 이해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워 여기서 학습격차가 생기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미숙한 교사들은 적응을 위한 ‘분투’를 이어간다. 교사 경력 30년이 넘은 서울시 강남구 D고등학교 교사 E씨는 “수업의 의지를 떠나 기기 사용법을 배우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며 “한 번은 화상수업중 방이 터졌는데 작동법을 몰라 교실을 뛰쳐 나와 젊은 교사에게 부탁을 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젊은 교사들에게 매번 물어보는 것도 미안해 때로는 스스로가 작아진다”고 설움을 토했다.

경기도 고양시 F중학교 교사 기모(29)씨는 “학생들에게 다정다감하고, 열정이 있는데도 경험과 연륜의 요소는 배제되고 수업의 시각적 측면으로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며 “교사의 역량이 단지 디지털 역량만으로 좌우되는 게 아닌데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중장년층 교사를 위한 ‘디지털 역량 연수’ 절실

교육당국은 2학기 전면 등교가 이뤄지면 이러한 문제점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교육부 관계자는 “백신 접종률과 환자 발생률을 고려해야 하지만 2학기 전면등교를 단계적으로 해 나가면 문제를 차차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방역지침에 따라 언제든 원격수업이 재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중장년층 교사들을 위한 맞춤 교육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작년 4월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영풍초등학교에서 김현수 교사가 원격교육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이데일리 DB)
김남희 서울시교육청 원격교육팀 장학사는 “작년 원격교육을 시작했을 때에는 (교사들에게) 기기와 기술에 대한 설명만 주로 했다”며 “현재 11개 지원청이 협력해 교사의 관심분야, 교과, 디지털 역량 수준에 따라 기기나 교육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적용된 실제 사례들을 나누는 연수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기기 사용에 소외를 느끼는 분들이 생기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반면 지나친 디지털 일변도가 교육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진호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교육의 기본 원칙은 이해와 사고 능력을 함양 시키는 것”이라며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앞으로 비대면 수업이 더 활성화 된다는 사실은 거스를 수 없겠지만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은 언제까지나 중간 매개체이고 도구일 뿐 교육의 핵심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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