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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화재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서 성탄절을 맞아 예배가 열렸다. 대한성공회와 나눔의집협의회 등은 25일 오전 11시 성탄 예배를 열고 화재로 숨진 이들을 추모했다.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약 100명의 예배 참석자들은 국일고시원 옆 인도뿐 아니라 인근 청계천 인도에까지 모여 앉아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여재훈 신부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 주어진 상황 때문에 목숨을 잃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며 “특히 가난한 이들의 주거공간인 고시원에서 숨진 이들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죽음에 내몰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공간이 삶의 공간이 아니라서 죽지 못해 살아가는 공간이 돼 버렸다”며 “숨진 7분의 평화로운 안식과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는 이웃들의 안녕을 위해 기도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에서 “건물을 많이 가진 이들은 공간을 이웃들을 환대하는 공간으로 사용케 하고 국가의 일을 다루는 이들은 가난한 이들의 주거권 향상과 안전한 주거공간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참사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화재지만 근본적 원인은 열악한 고시원에 삶을 욱여넣도록 했던 주거 현실”이라며 “화재 대책에만 집중하지 말고 최저 주거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일고시원 화재 당시의 생존자도 예배에 참석했다. 생존자 조모(40)씨는 “인근 고시원에 비해서도 가장 가격이 저렴해 국일고시원에서 살고 있었다”며 “열심히 살기 위해 고시원을 선택한 사람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화재 트라우마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이달 초 권고사직을 당해 현재는 실직 상태로 친구 집을 전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앞서 지난달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국일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