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지투지바이오, 특허무효 공방전..진행중 기술수출 영향은

송영두 기자I 2024.01.15 12:40:36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당뇨·비만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글로벌하게 주목을 받고 있는 펩트론과 지투지바이오 간에 미립구(마이크로스피어) 관련 특허 분쟁이 불거졌다. 펩트론이 지투지바이오를 상대로 특허무효심판청구를 제기한 것인데, 문제는 이들 기업 모두 기술이전을 눈앞에 두고 있어 특허 이슈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펩트론(087010)은 지난해 11월 24일 지투지바이오를 상대로 특허무효심판청구를 제기했다. 특허청의 ‘특허로’ 사이트에 따르면 펩트론은 지투지바이오의 특허 ‘제237562호’ 등록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해당 특허(등록번호 10-237562-00-00) 발명의 명칭은 ‘GLP-1 유사체, 또는 이의 약학적으로 허용가능한 염을 포함하는 서방형 미립구를 포함하는 약학적 조성물’이다. 이중 GLP-1 유사체는 비만 및 당뇨 치료제 성분으로 유명한 세마클루타이드 등을 뜻한다.

해당 특허 핵심은 서방형 미립구로 판단된다. 펩트론과 지투지바이오 모두 미립구를 활용해 약 효과를 늘려주는 약효지속 플랫폼을 개발했다. 미립구는 초소형 원형 형태로 이뤄진 아미노산 중합체다. 펩트론은 미립구 기반 스마트데포 플랫폼, 지투지바이오는 이노램프 플랫폼을 개발했다. 두 플랫폼 모두 미립구와 자체 개발한 생분해성 고분자를 활용해 약물 방출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립구를 활용해 치료제를 상용화 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15개사에 불과하다. 그만큼 차별화된 기술로 평가된다.

무효심판청구가 제기된 특허는 대표 출원인이 지투지바이오로, 지난 2021년 2월 15일 출원했고 이듬해인 2022년 3월 11일 등록했다. 특허 존속기간 만료일은 2041년 2월 15일이다. 발명자는 나용하 외 6명(원동필, 김예진, 이주한, 최희경, 설은영, 이희용)이다. 이 중 이희용씨는 지투지바이오 대표이사로 2002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펩트론 연구소장과 사업개발 총괄로 근무한 바 있다.

펩트론이 지투지바이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무효심판청구 개요.(자료=특허로 홈페이지)


◇미립구 활용 서방형 주사제 제조 기술이 원인?

펩트론과 지투지바이오는 이번 특허무효심판 청구가 제기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그 배경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길 꺼렸다. 특히 펩트론 측에 이데일리는 △특허무효심판 청구 이유 △구체적으로 특허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 △이번 특허 분쟁에 따른 영향 등에 대해 문의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특허무효심판 청구와 관련된 부분은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지투지바이오 측은 “미립구 관련 특허는 지투지바이오만 갖고 있다. 가장 먼저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하다보니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며 “특허 범위가 넓다보니 이런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특허 범위를 조금 더 좁힐 필요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펩트론이 특허무효청구심판을 제기한 구체적인 이유나 배경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지만, 지투지바이오가 미립구 관련 제조공정 기술 또는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펩트론도 미립구 제조방법, 서방성미립구 단일공정 제조 방법, 초음파 서방성 미립구 제조 방법 등 관련 특허를 2004년부터 2007년 사이에 다수 등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협상중인 기술이전, 특허 분쟁에 따른 영향은

투자자들과 시장에서는 이번 특허 분쟁이 펩트론과 지투지바이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특허 분쟁이 발생한 만큼 불확실성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더 큰 문제는 펩트론과 지투지바이오 모두 당뇨·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 중이고 어느 정도 윤곽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펩트론은 지난해 6월 글로벌 기업과 기술이전 텀싯 계약 사실까지 알린 상황이고, 지투지바이오도 글로벌 기업이 기술이전을 위해 지난해 10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실사를 한 바 있다. 여기에 지투지바이오는 올해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특허분쟁이 기업 성장을 좌우할 기술이전 협상에 어떤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시선이다.

이데일리가 자문을 구한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상당한 불확실성이 불거졌다고 입을 모았다. 20여년간 기술이전 업무를 담당했던 바이오 기업 A 대표이사는 “당사자들은 기술이전에 영향이 없다고 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술이전 협상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불확실성이 발생한 것”이라며 “문제는 기술이전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얼마나 다급하느냐에 따라 성사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문제가 된 특허의 경우 공개가 됐기 때문에 이전 받고자 하는 회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당 문제를 판단해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회사에서 습득하거나 개발한 기술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면, 직무발명에 대한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기존 회사에서는 우리 회사에서 일할 때 개발한 것을 의도적으로 새 회사에 가서 특허를 등록했기에 우리 기술에 포함된다고 볼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로펌 소속 대표 A 변리사도 “일단 특허무효심판 및 소송이 진행 중인 사실 자체가 기술이전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구체적인 특허 문제는 외부에서는 알수 없는 상황이라 일반적인 경우를 가정해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펩트론과 지투지바이오 모두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기술이전 계약 협상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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