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우리나라에 생긴 최초의 은행은 어디일까요. 학계에선 대체로 1987년 2월에 세워진 한성은행을 꼽습니다. 그러나 이전에도 은행이 있긴 했습니다. 1878년 부산에 세워진 일본 제일은행 점포는 우리나라에 세워진 최초의 외국계 은행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일본인을 상대로 문을 연 점포여서 우리 국민이 이용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1896년 세워진 조선은행은 설립 기준으로만 따지면 한성은행보다 1년 빠릅니다. 김종한, 안경수, 이완용 등 전·현직 관료들이 발기하고 주식을 공모해 세운 은행으로 우리나라의 최초의 근대적 민간은행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5년 뒤 문을 닫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세워진 최초의 근대적 은행은 조선은행이 맞지만 5년 뒤 문을 닫기 때문에 통상 상업은행의 효시로 꼽히는 한성은행을 은행 최초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성은행이 설립되고 2년 뒤인 1899년엔 우리은행의 전신인 대한천일은행이 설립됐습니다. 조선, 한성, 천일은행 모두 우리나라에 진출한 일본의 금융기관에 맞서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국내 은행들입니다.
장지연 씨가 쓴 ‘OK 한국사’를 보면 한성은행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한성은행은 1897년 2월 지금의 안국병원 자리에서 문을 열었다. 그때 건물은 방 2개에 마루방이 하나인 20평 초가집이었다. 방 하나는 은행장실이었고, 또 하나에서 은행원들이 업무를 봤다. 손님들은 마루방에서 기다렸다. 한성은행은 김종한의 한성전당포를 인수해 시작했다. 은행장은 고종 황제의 사존 이재완, 부은행장은 김종한이었다. 우총무에 이완용의 조카 한상용을 두었다. 주요 업무는 일본에서 돈을 빌려 그것을 다시 한국인들에게 대출하는 것. 이를 통해 고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휴업을 했다가 1903년 공립한성은행으로 다시 설립돼 황실과 정부 재산, 금융업무 등을 하다가 1928년 조선식산은행에 흡수됐고, 1943년 동일은행과 합병해 오늘날의 조홍은행(현 신한은행)이 됐다.(OK한국사 인용)>
한성은행의 첫 담보대출은 ‘당나귀 대출’이었습니다. 대구에서 올라온 상인이 당나귀 한 필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린 게 우리나라 은행에서 이뤄진 최초의 담보대출인 셈입니다.
한성은행 이후 여러 은행이 쏟아져 나옵니다. 1906년 지방의 조세체납과 금융경색 해소를 위해 농공은행이 설립됩니다. 당시 대한제국의 일본인 재정고문 메가다가 설립을 추진했습니다. 주로 한국으로 이주해 온 일본인 사업가를 상대로 대출이 이뤄졌습니다. 1918년엔 6개 농공은행을 합병해 현 산업은행의 전신인 조선식산은행이 세워집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손해보험회사인 ‘조선화재상해보험’은 1921년에 설립됐습니다.
투자라는 개념이 널리 퍼진 건 언제일까요. 투자상품 중 하나인 신탁상품이 크게 주목받은 1970년대부터입니다. 신탁은 투자기관이 고객이 맡긴 돈을 우량주식이나 채권에 분산투자해 생긴 이익을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국내에 투자신탁제도가 처음 도입된 건 1970년으로 한국투자공사가 1억원의 수익증권을 판매한 게 최초입니다. 당시 첫해 투자수익률이 26% 이상을 기록해 상당한 관심을 끌었는데요. 3년 차인 1973년엔 56.4%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수익증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은행에선 1968년 문을 연 한국신탁은행이 신탁상품을 팔았습니다. 당시엔 적립식 목적신탁이 유행이었습니다. 다달이 일정 금액을 부으면 만기 때 배당금과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인데요. 은행 신탁상품의 수익률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고금리 영향으로 연 평균 15~20% 수준에 달했습니다. 요즘은 4% 안팎이라 당시와 비교하면 투자로 돈 벌기가 상당히 어려워졌죠.
당시 신문기사를 살펴보면 예·적금 금리 10%를 두고 저금리라고 표현한 부분을 찾을 수 있는데요. 2015년 1년 만기 예금금리가 1%대로 떨어질지 당시엔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골동품 수집가 김형은(네이버 아이디 ‘타임머신’)님이 이데일리에 제공한 사진을 싣습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기념해 만들어진 해방기념장이 특히 눈에 띄네요.
| △해방기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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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기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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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은행 통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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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9년 서울은행 창립 10주년 기념품. 서울은행은 1959년 설립돼 1976년 한국신탁은행에 흡수합병, 서울신탁은행으로 상호를 바꿨다. 2002년 9월 하나은행과 합병 본계약을 체결, 하나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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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신탁은행이 선보인 ‘신탁상품’ 홍보 안내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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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은행 본점 건물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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