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보며 눈 커져” “엄청 먹더라”…北 부상병 돌본 러시아 의료진 증언

이로원 기자I 2024.12.28 09:59:20

러 부상병이 전한 북한군 병실 목격담
“병실에서 TV보고 스마트폰도 사용”
특별 병동에는 ‘통역사’ ‘의료진’만 출입 가능
대부분 ‘파편 부상자들’…“겁에 질리고 긴장한 모습”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격전지 쿠르스크에서 부상을 입은 일부 북한 군인들이 쿠르스크와 모스크바 등 러시아 군병원에 입원 중인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가운데, 이들을 치료한 러시아 의료진은 “겁에 질리고 긴장한 모습이었다”며 이들의 상태를 전했다.

사진=텔레그램 @parapax 캡처, TV조선 보도화면
26일(현지시간) 친러시아 텔레그램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러시아 부상병이 촬영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에는 북한 병사들이 병실에서 자유롭게 TV를 보고 간식을 먹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서 파란색 환자복을 입은 북한국 병사들은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들 중에는 앳된 얼굴의 북한 병사도 있었다. 이들을 촬영한 러시아 부상병은 “이 친구는 TV를 보면서 눈이 더 커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침대에는 간식이 널려있고, 한 북한 병사는 휴대전화를 만지는 모습도 담겼다. 해당 영상을 게시한 텔레그램 채널 측은 “북한 부상병들은 TV를 즐기며 엄청나게 먹는다”는 러시아군 부상병의 목격담도 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모스크바 한 병원 간호사가 북한군 부상병이 200명이 넘는다고 불평하는 통화 감청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쿠르스크의 한 병원 의료진은 “지난주 부상한 북한 병사 24명이 병원으로 이송돼 경찰이 배치된 특별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가디언을 통해 밝혔다.

이들은 “통역사 없이는 북한 주민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면서 “특별병동에는 통역사와 의료진만 출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북한 부상병 대부분이 ‘파편 부상자들’이라면서 일부는 “겁에 질리고 긴장한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병사들이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실제로 그들을 본 사람이 없어서 믿지 않았었다”면서 “북한 부상병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모두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가디언과 인터뷰한 쿠르스크 지역 주민 6명도 북한 병사들의 흔적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당국이 북한 병사들을 외딴 군 막사에 격리하고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텔레그램 @parapax 캡처, TV조선 보도화면
부상한 북한 병사 중 일부는 전장 근처의 작은 병원 대신 모스크바 외곽의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지난 25일 “러시아 군인과 모스크바 인근 병원 간호사인 그의 아내가 주고받은 대화를 확보했다”면서 “이 대화에 북한 부상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소개했다.

이 대화에서 간호사는 약 200명의 북한 병사가 치료받기 위해 왔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이 간호사는 “북한 병사들이 엘리트 같은 사람들이라며 그들을 위해 병동을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쿠르스크에 배치된 북한 병사들의 정확한 위치와 생활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온라인 채팅방에서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으며 현지인들은 길거리에서 북한 병사를 본 적이 있는지 서로 물어볼 정도인 것으으로 전해졌다.

쿠르스크의 한 주민은 북한 병사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러시아군은 북한 병사 없이도 충분히 강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최대 1만2000명을 파병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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