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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골분으로 그린 캔버스 '파격 넘어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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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기자I 2013.11.16 11:05:40

갤러리현대 '텔레-비'전 중 최선 작가의 설치물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원초적 질문
11월 12일부터 12월 8일까지

피와 골분을 이용한 최선 작가의 설치작품(사진=갤러리현대)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상상을 뛰어넘는 재료를 이용한 전시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가 지난 12일부터 시작한 ‘텔레-비(tele-Be)’전에는 6명의 작가들이 파격적인 주제와 소재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30대의 젊은 작가 최선의 작품은 독특함을 넘어서 매우 충격적이다.

우선 전시 구성부터 뭔가 기이함을 느끼게 한다. 비닐막으로 가려진 입구를 따라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빨간 백열등이 어둠침침하고 좁은 실내의 조명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벽에는 흰색 캔버스 2개와 검은색 캔버스 하나가 걸려 있다. 언뜻 봐서는 그냥 색을 칠하거나 칠하지 않은 캔버스처럼 보인다. 붉은 조명과 어우러진 일종의 설치작품 같다.

그러나 캔버스 위에 칠해진 소재를 확인하는 순간 아연실색하게 된다. 흰색은 사람의 모유와 골분, 검은색은 오래 돼서 변색한 작가의 피다. 물론 백열등을 덮고 있는 빨간색은 잉크가 아니라 역시 작가의 피다.

최 작가는 그동안 충격적인 사회고발을 위해 고되고 척박한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구제역으로 매몰됐다가 유출된 돼지의 기름과 짙푸른 녹조로 멍든 강물, 후쿠시마의 바닷물로 만든 소금 등을 작업의 재료로 사용했다.

이번엔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피와 산모의 모유, 뼛가루를 썼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원초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작품의 제작과 전시도 어렵지만 가장 고된 작업은 사실 이런 충격적이고 금기된 재료를 얻는 과정이다. 피는 자신의 것을 썼다고 해도, 뼛가루를 구하기 위해 최 작가는 일본까지 건너가 오랫동안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갤러리현대의 이원준 큐레이터는 “백열등의 피를 3일에 한 번 정도 새로 칠해줘야 해서 갤러리 냉장고 속에 작가의 피를 보존해놓고 있다”면서 “작품의 소재를 알고 나서 놀라는 관람객들이 있는 반면, 미처 알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스쳐가는 관람객들도 있는데 이 역시 작가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의 일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텔레-비’전에는 최선 작가 외에도 이승택·안창홍·박진영·최수앙·오용석 등이 참여하고 있다. 오는 12월 8일까지 계속된다. 02-2287-3500.

작가의 피를 바른 백열등(사진=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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