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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없는 30兆 정비시장…‘단독입찰’ 이어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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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 기자I 2026.08.31 05: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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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곳 중 경쟁입찰 단 3곳 그쳐
압구정·성수 ‘대어’도 단독입찰 잇따라
공사비·금융비용에 수주전 매몰비용 부담
수익성·수주 가능성 따져 ‘선택과 집중’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서울 도시정비사업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셈법이 달라지고 있다. 10대 건설사의 올해 수주액이 30조원대로 불어나고 조 단위 ‘대어’도 잇따르고 있지만 과거처럼 사업장마다 대형사들이 맞붙는 수주전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수주 규모를 늘리면서도 수익성과 승산이 높은 사업장을 골라 들어가는 ‘선별 수주’가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모습.(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모습.(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올해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약 30조 8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 약 48조 6700억원의 63% 수준이다. 하반기에도 목동과 성수, 미아 등에서 조 단위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 있어 수주 시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서울 개별 사업장에서는 건설사 간 경쟁입찰이 드물어지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10대 건설사가 시공권을 확보한 정비사업 25곳 가운데 복수 건설사가 실제 입찰에 참여한 곳은 압구정5구역과 신반포19·25차,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등 3곳에 그쳤다. 전체의 12%로 나머지 22곳(88%)은 경쟁 없이 시공사가 결정됐다.

사업성이 높은 핵심 사업장도 예외가 아니다. 공사비 약 5조 5600억원 규모 압구정3구역에는 현대건설만 참여했고 압구정4구역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단독 입찰했다. 공사비 2조원을 웃도는 성수1지구 역시 GS건설이 경쟁 없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최근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약 2조원 규모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지난 25일 1차 입찰에 삼성물산만 참여해 유찰됐다. 현장설명회에는 7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실제 입찰까지 이어진 곳은 한 곳뿐이었다. 성수3지구도 두 차례 입찰에 삼성물산만 응찰했다.

하반기 최대 정비사업 시장으로 꼽히는 목동에서도 단독 입찰이 잇따르고 있다. 목동6단지는 DL이앤씨가 두 차례 단독 입찰 끝에 시공권을 확보했다. 공사비 약 2조 6100억원 규모 목동10단지도 현대건설이 두 차례 입찰에 모두 단독으로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7·14단지 등 일부 사업장에서는 복수 건설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단지별로 경쟁 구도가 갈리는 상황이다.

강북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공사비 약 1조 7800억원 규모 미아2구역은 삼성물산이 입찰 참여를 결정했지만 당초 경쟁사로 거론됐던 GS건설과 롯데건설의 참여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삼성물산 단독 입찰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수주 못따면 손실만 남는데…‘승산’ 있어야 참전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정비사업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기보다 수주전 참여 기준이 까다로워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수주 경쟁에서 패할 경우 입찰 준비에 투입한 비용까지 고스란히 손실로 남는 만큼 사업성과 수주 가능성을 따져 참여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정비사업 수주전에 뛰어들려면 입찰보증금뿐 아니라 특화설계와 금융조건 마련, 홍보와 영업 등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특히 대형 정비사업은 입찰 준비 기간도 길어 수주에 실패했을 때 부담이 더 크다.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원가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수주를 위해 무리한 조건을 제시할 경우 향후 사업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사업 초기부터 조합원 선호도와 경쟁사 움직임 등을 살펴 승산을 따지고, 경쟁 구도가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본입찰 전에 빠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장설명회에는 여러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실제 입찰에서는 한 곳만 남는 사례가 반복되는 이유기도 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 기조가 바뀐 이유는 비용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수주전 참여를 위해 사업장을 찾고 설계와 금융조건 등을 준비하는 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데 수주에 실패하면 오롯이 손실로 남게 된다”며 “수주 가능성이 높고 만약 수주를 못하더라도 향후 브랜드 입지에 도움이 되는 사업장 위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주 경쟁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여러 건설사가 한 사업장에서 맞붙기보다 목표 사업장을 선별해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영업·사업관리 조직을 통폐합하고 시장분석 기능을 강화하는 등 수익성이 검증된 사업을 선별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경쟁입찰마다 공격적인 조건을 내걸기보다 사업 추진이 안정적인 현장을 중심으로 수주에 나서는 전략을 쓰겠다는 것이다.

대신 참여를 결정한 사업장에서는 금융조건 등을 앞세운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압구정3·4·5구역과 성수1지구, 목동6단지에서는 조합원 분담금 납부를 최대 4년간 유예하는 조건이 제시됐다. 여러 사업장에서 경쟁사와 동시에 맞붙기보다는 목표 사업장을 정한 뒤 조합원에게 유리한 조건을 집중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하반기에도 목동과 성수, 미아 등 서울 곳곳에서 대형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여전하고 수주 실패에 따른 매몰비용도 큰 만큼 사업성과 수주 가능성을 먼저 따지는 선별 수주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사업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대어’가 나오면 대형 건설사들이 어김없이 맞붙던 과거 수주전과는 다른 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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