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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취임 선서를 마친 뒤 새 정부 내각 구상안을 발표했다. 부통령엔 정통 경제 관료인 세브데트 일마즈가, 재무장관엔 심섹 전 부총리가 각각 낙점됐다. 심섹 전 부총리의 임명에 시장은 안도하며, 리라화 폭락 등 경제적 혼란이 다소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시장은 경제·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재무장관에 누가 임명될 것인지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85%를 웃돌며 24년 만에 최고치를 찍는 상황에서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저금리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등 비정통적 통화정책을 펼쳐 왔기 때문이다. 세 번째 임기에서도 같은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경우 리라화 추가 폭락, 해외자금 대규모 이탈 등 튀르키예 경제가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했다.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했던 지난 10년 동안 90% 이상 폭락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결선투표에서 재집권을 확정한 이후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21리라를 넘어서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 연초 대비 10% 이상 폭락했다.
심섹 전 부총리는 영국 런던에서 메릴린치에 근무하던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과거 정부 관료로 재직하던 시절 정통적 경제정책을 펼쳐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는 설명했다. 그는 2009∼2015년 재무장관을, 이후 2018년까지는 부총리를 지냈으며 리라화 폭락 사태로 물러났다가 이번에 5년 만에 정부 관료로 복귀했다. 심섹 전 부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정통적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민생이 크게 악화함에 따라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통적인 경제정책을 펼칠 관료들을 임명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VOA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내각 구성은 정통적 경제정책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유라시아그룹의 유럽 담당 엠레 피커 이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심섹 전 부총리의 임명이 경제 위기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할 것”이라며 “내년 3월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정치적 역풍이 급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내각 구상안에 따르면 외무장관에는 2010년부터 국가정보청(MIT)을 이끌었던 하칸 피단이, 국방장관에는 튀르키예군 총사령관인 야사르 귈레르 육군 대장이 각각 임명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정치적 견해와 관계없이 8500만명의 모든 국민을 포용할 것”이라며 “선거기간 불거진 적의를 뒤로 하고 화해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