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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시장 변수들, 나만의 멀티 경로로 운전하라[증권맨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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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I 2026.10.17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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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원 한국투자증권 GWM전략담당] 수 백만 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고속도로는 인간의 심리와 의사결정 패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실이다. 지난 연휴, 필자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내비게이션의 출발 시간별 예상 정체 상황을 보고 나는 남들보다 조금 이른 오전에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고속도로 진입 직후 정체 조짐이 보이자 마자 미련 없이 핸들을 꺾어 평소 눈여겨봐 둔 우회 국도와 새로 생긴 고속도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정체의 늪에 갇히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는 쾌적한 속도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병원 한국투자증권 GWM전략담당
안병원 한국투자증권 GWM전략담당
대한민국 가계의 부동산 쏠림 비중 75.8%

실시간 내비게이션이 한산한 우회 국도나 새로 개통한 대체 경로를 제시하더라도, 상당수 운전자는 꽉 막힌 익숙한 노선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경로가 주는 불확실성보다 늘 다니던 길이 주는 심리적 안도감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투자에서도 이러한 ‘친숙성 편향(Familiarity Bias)’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실제로 대한민국 가계 자산의 75%를 부동산이 차지한다. 잘 아는 자산, 과거에 수익을 냈던 금융상품을 다시 선택하기 쉽다. 하지만 익숙함과 효율성은 다르다. 늘 이용하던 고속도로가 오늘 가장 가장 빠른 길이 아니듯, 늘 투자하던 자산이 가장 좋은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익숙함은 분석적 정보가 아니라 감정적 잔상에 가깝기 때문에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 거장 앙드레 코스톨로니는 현명한 투자자가 갖추어야 할 핵심 요소로 ‘돈(Geld), 생각(Gedanken), 인내(Geduld), 운(Glück)’의 ‘4G’를 강조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전망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100만 원의 이익에서 얻는 기쁨보다 100만 원의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을 약 2배 이상 크게 체감한다고 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손실회피 성향’을 투자 자산 중 평가이익이 난 자산은 서둘러 처분하고, 평가손실이 난 자산은 무작정 장기 보유하는 ‘처분 효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왜곡은 비단 금융투자 상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법인 지분이나 세제상 처분이 시급한 부동산 등, 자산 가치의 하락을 합리적으로 인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하는 결정적 순간에도 작동한다. 손실 확정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적절한 매각 타이밍을 놓치고, 결국 세무·재무적 기회비용을 눈덩이처럼 키우는 우를 범하게 만드는 것이다.

낙폭을 방어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 오직 1차선 고속도로 하나뿐인데 그 도로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극심한 병목이 발생하면 운전자는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자산관리도 마찬가지다. 특정 자산이나 전통적인 예금에만 모든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모든 자산을 하나의 차선 위에 올려놓는 격이다.

진정한 분산투자의 목적은 단순히 여러 상품을 쪼개어 사는 양적 분할이 아니다. 서로 다른 위험과 상관관계를 가진 자산들을 정교하게 조합하는 일이다.

분산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창이라기보다, 예상이 빗나갔을 때 전체 포트폴리오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방패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올바른 자산관리는 매번 ‘가장 빠른 길’을 맞추는 홀짝 게임이 아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어떤 돌발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자산의 멀티 경로를 탄탄하게 설계하는 일이다.

코스톨로니는 “주식과 전차는 뒤쫓아 가서는 안 된다. 인내심을 가지면 다음 전차는 반드시 온다”는 명언을 남겼다. 시장에서 마주하는 모든 기회를 다 잡으려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고속도로에서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며 칼치기를 감행하는 것처럼, 투자 시장에서 ‘나만 소외되는 것 아닌가(FOMO)’라는 불안과 조급함은 언제나 가장 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결국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시장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신의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 내가 어떤 심리적 왜곡에 취약한지 스스로를 냉철하게 들여다보는 성찰에서 시작된다. 금리, 기업 이익, 세법 지식은 계량화된 수치와 매뉴얼로 정의할 수 있지만, 자산 시장의 변동성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는 수학 공식으로 대입되지 않는다. 투자가 과학의 영역인 동시에 심리의 영역이라 불리는 이유다.

최근 고유가와 고금리, AI 속도 조절론과 AI 과잉투자에 대한 경고, 11월 미국 중간 선거는 복잡한 투자 셈법이 필요해 보인다. 화려한 시장 전망표보다 앞서야 할 것은, 나만의 투자 원칙과 심리적 균형감을 점검하고 ‘나만의 최적화된 멀티 경로’로 운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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