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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의 바이오 돋보기]메디톡스 운명 ‘법원 손’에…톡신 세대교체 전망

박일경 기자I 2020.06.20 11:05:15

<‘국산 1호 보톡스’ 퇴출 위기>
가처분·취소소송 `법정 투쟁`
차세대 톡신 라인 조정할 듯
치료·수출시장 다변화 속도전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메디톡스(086900)의 운명이 ‘법원 손’으로 넘어갔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주·메디톡신주50단위·메디톡신주150단위 등 3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이 확정된 지난 18일 대전지방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0일 메디톡스에 따르면 허가 취소된 메디톡신 3개 약품의 지난해 매출은 내수와 수출(수출명 뉴로녹스)을 합쳐 868억원으로, 전사 매출액 206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1%에 달한다. 이번 식약처 제재는 내수용에 한정된 까닭에 국내에선 416억원 어치만 대상이 된다. 이는 총매출액 대비 20.2% 수준이다.

메디톡신은 메디톡스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다. 미간 주름 개선 등 미용성형 시술에 많이 쓰이는 이른바 ‘보톡스’ 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가출하 승인을 받아 2006년부터 시판됐다. `첫 토종 보톡스`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메디톡신은 출시 10여년 만에 한국 보톡스 시장 점유율 40%를 넘어섰고, 국산 1호 보툴리눔 톡신을 선보인 메디톡스는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法, 가처분 인용 가능성 높아…본안 다툼 치열할 듯

14년 효자 상품 아성이 무너지고 실제 퇴출로 이어질지는 이제부터 법원 판단에 달렸다. 지난달 대전고등법원은 앞선 4월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잠정 제조·판매 중지 명령에 대해 메디톡스 측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효력을 정지시키고 판매를 재개하도록 했다. 당시 재판부는 “식약처가 제출한 소명 자료 등만으로는 처분의 정당성이 소명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결정했다.

대형 로펌의 한 기업법무 전문변호사는 “식약처가 내린 6월 확정 처분과 두 차례 청문회 전에 이뤄진 4월 잠정 처분이 근거가 된 사실 관계에 있어 크게 다른 내용이 없다”면서 “메디톡스가 신청한 효력 정지 가처분 건을 법원이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추후 본안 판단에 들어가 처분이 과도한지를 두고 양 당사자 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문제가 된 메디톡신은 2012년 12월~2015년 6월 생산 분인데 적합 판정을 받은 2017년 4월 이후 생산된 물량까지 연대해서 취소 처분한 조치가 과잉금지 원칙 위배가 아니냐는 게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 차세대 톡신 ‘코어톡스’ 적응증 추가+이슬람권 주목=`전화위복` 되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행정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일을 벌더라도 메디톡스 입장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결국 법원이 메디톡스 손을 들어줄지는 선고가 나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디톡스가 빠른 속도로 보톡스 라인을 개편함과 동시에 치료 목적 시장과 중동을 비롯한 수출 시장 다변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메디톡신 외에 메디톡스가 개발한 보톡스 제품으로는 ‘액상형’ 이노톡스와 ‘내성 방지형’인 코어톡스가 있다. 또 다른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이노톡스’ 역시 시험성적서 조작이 밝혀졌지만, 제조업무정지 3개월에 갈음해서 과징금 1억7460만원을 처분 받았다. 과징금 내면 물건은 이상 없이 팔 수 있다는 뜻이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가 메디톡신의 수출명 ‘뉴로녹스’ 제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노톡스는 전 세계 첫 번째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다. 분말 형태 보툴리눔 톡신은 액체와 희석하면 24시간 이내 사용해야 하는 단점을 개선한 제품이다. 특히 메디톡스의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코어톡스’와 더불어 비(非)동물성 배지에서 보툴리눔 균을 배양했다. 통상 보툴리눔 균은 돼지 성분을 포함한 배지에서 키워져 이슬람권에서는 투약이 불가하다. 비동물성 균주 배양 기술력을 갖춘 만큼 중동 지역은 물론 동남아시아 이슬람 국가 등으로 수출 판로를 다양하게 개척하려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특히 코어톡스는 론칭 1년 만에 미간 주름, 뇌졸중 후 상지 근육 경직 치료 등 전부 2개의 적응증을 확보하며 미용 및 치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경직된 상지 근육 부위에 코어톡스를 투여하면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억제해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3년간 최대 6회까지 요양 급여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현재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치료 시장에 주목해 △특발성과민성방광(임상 3상) △양성교근비대증(사각턱·임상 3상) △발한억제(원발성 겨드랑이 다한증 치료·임상 3상) △만성편두통(임상 2상) 등을 진행하고 있다. 양성교근비대증과 발한억제 관련 적응증은 이달 내 허가 신청을 목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보톡스 제제를 ‘맥가이버 칼’에 비유하며 향후 800여 가지 치료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는 “한국의 경우 보톡스 시장의 90%를 미용 용도로 이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치료 시장이 확대되면서 미국·유럽 등 선진국처럼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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