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제협력의 복잡한 셈법[한재진의 차이나 딥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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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6.02.04 05:00:00

한재진 법무법인 지평 전문위원 기고
中 대외전략 정교화 가속…자원 통제, 글로벌 표준 선점
관계복원 전략적 접근해야…판매시장으로만 봐선 안돼

[한재진 법무법인 지평 전문위원] 중국의 대외전략이 눈에 띄게 정교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를 통과한 ‘대외무역법’ 개정안을 보면 핵심·전략 광물 수출 통제와 무역 분쟁 시 보복 조치의 법적 근거를 20여 년 만에 상위법으로 명문화했다. 과거 행정명령이나 부처 지침에 의존하던 방식을 넘어 정책 집행의 명분과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단발적인 변화가 아니다. 2020년 ‘수출관리법’으로 포괄적 수출통제를 시작해 2021년 ‘반외국제재법’으로 보복 근거를 마련하고 2024년 ‘이중용도 물품 수출통제 조례’로 민·군 겸용 품목까지 세밀히 통제하며 경제안보 측면의 법제를 지속적으로 쌓아온 결과다.

이러한 변화는 미·중 경쟁의 새 국면과 맞물린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스몰 야드, 하이 펜스’(Small Yard, High Fence·작은 마당과 높은 장벽) 전략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전면 관세전으로 확대되며 양국은 전면 단절 대신 핵심 영역 통제와 비핵심 영역 제한적 연계를 추구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경제 안보의 중심은 무역수지나 관세를 넘어 기술접근권, 표준 설정, 공급망 통제력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중국의 ‘15·5 계획’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술 경쟁력을 산업 전반의 구조적 우위로 전환하려는 공세적 기조를 강하게 드러낼 여지가 커졌다.

우리도 이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지나친 대중국 낙관론을 자제하고 정교한 전략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은 단순 시장 개방을 넘어 자국 중심의 규범·표준을 세계화하는 ‘제도적 개방’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8년 만에 본격 재개되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의 효과도 예전과는 다른 상황임을 경계해야 한다. 즉, 규범 기반의 단호한 대응 전략은 이미 글로벌 대세가 되고 있다. 과거 외교 마찰을 우려한 신중함 대신 국가 차원에서 산업 보호를 위한 법적 권리를 정당화하는 정교함이 요구된다.

2025년 일본 및 중국산 산업용 로봇에 대한 이례적인 반덤핑 관세 부과 사례는 의미가 크다. 가격 경쟁을 우위로 밀려오는 파고에 마냥 양보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외무역법 제10조 ‘상응 조치’ 조항으로 보복 근거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 빈번할 것이고 철저한 제도적 대응 전략만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한중간 우호적 협력 확대에 긍정적일 것이다.

아울러 전통 산업인 철강·화학을 미래 산업의 ‘전략 자산’으로 재정의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중국이 제조업 밸류체인의 완결성을 극대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맞서는 대신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병목 기술’을 확보해 ‘K제조 초격차’ 밑그림을 설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중국을 단순 판매 시장이 아닌 고속·데이터 집약적 혁신의 ‘전략적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는 영민함도 요구된다. 중국의 ‘신질생산력’ 전략을 역이용해 첨단 서비스와 디지털 규범 경험을 쌓고 이를 글로벌 경쟁력으로 재무장하는 역발상 전략은 불가피해 보인다.

2026년 한중 관계는 산만한 대응보다는 전략 설계의 세련됨이 승패를 가를 것이다. 무엇보다 기술 산업화와 시장 확산을 총괄하는 범정부 컨트롤타워 구축이 우선 과제일 것이다. 공급망 분산과 유연한 시스템으로 국가·기업 차원의 회복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형태는 양적 확대 중심 사고를 버리고 서로의 ‘전략적 급소’를 인정하면서 규범 안정성을 지키는 ‘관리된 협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산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장 동력 확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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