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늄'을 찾아라..중이온가속기, 12년만에 내년 3월 시운전

강민구 기자I 2022.11.20 12:00:00

2011년부터 1조 5183억원 투입..3차례 설계 변경 등 과정
저에너지 전체 구간 빔 시운전 시도..2024년 빔이용 추진
세계 첫 '융합형 중이온 가속기'..국내 기초과학 연구 산파역할
홍승우 소장 "시련의 과정 겪어, 계획했던 성과 위해 최선"

내년 3월 중이온가속기 시운전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중이온가속기 연구동에 들어서자 저에너지 가속장치 구간이 줄지어 펼쳐져 있다. 극저온설비동에 들어가자 마치 위성·로켓 조립실처럼 대형태극기가 걸려 있고, 연구자들이 초에너지 실험장치에서 질량측정장치, 동축레이저분광학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내년 3월 빔시운전을 해내면 준비 과정을 거쳐 내후년께 연구자들이 원자핵 질량 측정, 원자핵 모양, 우주원소 생성 기원 연구에 쓸 수 있는 장비다.

이명박 정부의 대선공약이자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사업으로 통하는 ‘중이온가속기’ 내부가 지난 15일 모습을 공개했다. 중이온가속기는 기초과학연구에 필요한 대형연구장비를 써서 노벨상 수상 등을 위한 기반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지난 2011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건설, 구축된 시설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목표로 했던 고에너지가속구간을 구축하지 못한 채 저에너지가속구간만 시운전을 앞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주관하에 비츠로테크, 포스코건설 등 국내 기업들이 참여해 기술적 어려움을 딛고 일부분이라도 거대과학시설 구축에 성공해 내후년께부터 본격적인 실험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연구소의 완공목표는 2024년이어서 2017년 완공 목표에서 7년 늦어진 결과다. 또, 사업에 착수한 지 12년 만에 하는 시운전이다.

권면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이 저에너지가속장치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예상치 못한 가스 누출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터널 내 산소농도도 표시된다. 가스 누출 시 최대한 가까이 있는 문으로 대피해야 한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무거운 동위원소 가속..희귀동위원소 생산

가속기는 우주 로켓, 핵융합, 인공위성처럼 대표적인 대형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해당한다. 중이온, 양성자, 전자 등 전하를 띤 입자를 전기장을 이용해 가속·충돌시키는 장치로 물질의 기본인 원자핵의 내부 구조부터 각종 물질 성질을 연구하는 데 쓸 수 있다. 가속되는 입자에 따라 중이온, 양성자, 전자 가속기로 분류된다.

중이온가속기는 그중에서도 무거운 이온을 빠르게 가속한 후 표적 물질에 충돌시켜 기존에 발견되지 않았거나 자연 상태에서 없는 다양한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고, 특성을 연구하는 시설이다. 다른 가속기와 달리 우라늄 같은 무거운 동위원소를 광속(초속 약30만km)의 절반 수준까지 가속해 이를 만들 수 있다.

중이온가속기가 고에너지가속구간까지 구축한다면 가속목표 성능 면에서 미국 미시간주립대 FRIB 중이온가속기와도 견줄만한 세계적인 수준이다. 세계 최초로 두 가지 동위원소 생성방식을 결합하도록 설계했다는 특징도 갖춰 다양한 희귀동위원소를 만들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소측은 중이온가속기를 통해 새로운 원소를 찾아내고, 원소 이름을 ‘코리아늄’으로 할 계획이다.

홍승우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은 “기초과학 강국과 달리 사람, 땅, 기술 없이 시작해 시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중이온가속기를 건설, 구축해 왔다”며 “지난 10월 빔인출 성공은 초전도가속관과 통합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한 중요한 시금석(마일스톤)이 됐고, 앞으로 계획했던 세계 최고 수준의 중이온가속기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아르곤빔을 생성하고 저에너지 가속장치로 빔을 공급하기 위한 입사기.(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최대 규모 극저온플랜트로 만든 극저온시스템.(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내년 시운전, 2024년 빔 이용자 제공 목표

한편,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에는 그동안 부지매입 3571억원, 시설건설 6384억원, 장치구축 5228억원 등 총 1조 5183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애초 저에너지가속구간과 고에너지가속구간으로 나눠 2017년에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2019년, 2021년 연기를 거듭했고, 고에너지가속구간은 기반 시설도 만들지 못해 사업에 부침을 겪었다. 가령 새로운 자동차를 만든뒤 시동을 걸어 주요 장치 간 연동성과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해 1단 기어로 저속 주행 시험을 한 셈이다.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단계적으로 빔 시운전을 늘려 2023년에는 저에너지 전체 구간 시운전과 가속장치와 연계된 희귀동위원소 생성장치, 저에너지 구간 실험장치의 빔 시운전도 병행해 내후년부터 빔 활용연구를 하도록 빔을 제공할 예정이다. 앞으로 고에너지가속 구간 연구개발과 본제품도 할 계획이다.

이재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조성추진단장은 “워낙 크기가 크고 민감한 가속기이다 보니 국내 기업, 연구소의 경험이 부족해 그동안 사업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저에너지구간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하도록 준비하고, 고에너지구간에 필요한 연구개발과 본제품 설계도 2025년까지이나 최대한 앞당겨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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