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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도봉청소년경찰학교엔 특별한 공간이 있다. 학교 건물 1, 2층에 마련된 방탈출 세트장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위·추위를 피하면서 재밌게 시간을 보내도록 만들까’ 고민하다 나온 결과물이다. 학교폭력, 범죄 예방을 위해 학생을 대상으로 경찰서(SPO·학교전담경찰관)에서 운영하는 체험형 교육기관인 전국의 청소년경찰학교 중 유일하다. 시간을 때우려 무인점포 등에 머물다 절도 등 범죄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단 점, 10대 사이에서 ‘방탈출’이 인기 있는 놀이문화란 점 등을 고려했다.
임명환 도봉청소년경찰학교 교장(경위)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대개 경찰서들은 범죄를 저질러선 안 된다는 일종의 강의 프로그램을 짜는데,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데에 효과적이지 못한 것 같아 새로운 방식을 생각했다”며 “‘방탈출’을 지렛대로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개인적인 얘기까지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곳의 방탈출은 시중에서 돈을 내고 즐기는 일반 방탈출 게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청소년이 수사관이 돼 학교폭력,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는 학생의 일기장,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형사수첩에 숨겨진 단서 등으로 탈출 열쇠를 찾는 식이다. 일방적 주입식으로 ‘폭력, 범죄는 나쁘다’고 가르치는 대신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면서 스킨십도 늘릴 수 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소년범 감소…찾는 학생들 늘어
임 교장은 실제로 이 프로그램으로 도봉구 내 중·고교생들과 신뢰를 쌓은 사례들을 들려줬다. 그는 “학교 폭행사건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중학교 3학년 학생 A군을 최근에 면담으로 알게 됐다”며 “A군이 경찰학교 방탈출을 하면서 대화도 나누고 사진도 찍으면서 친밀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이어 “같이 밥 먹고 얘기하다 보니 A군이 다른 친구와 다툰 후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돼 그 친구를 만나 서로 화해시켜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방탈출을 계기로 ‘말문’을 연 학생들은 이후에도 상담을 해온다고 한다. 임 교장은 “학교에 너무 가기 싫다고 전화한 중학생에 ‘졸업은 하자’고 타이르고, ‘부모와 안 맞아 따로 살고 싶으니 법적 대리인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묻는 고등학생에 그러면 왜 안 되는지를 알아봐 주고 설명해줘 설득했다”고 했다.
노력의 결과일까, 관내 소년범은 줄었다.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방탈출 프로그램 도입 이전 두 달간(5월1일~6월30일) 소년범은 98명이었지만 프로그램 도입이 된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는 69명으로 약 30%(29명)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6명)과 비교해도 적다. 임 교장은 “방탈출 프로그램이 소년범죄 감소에 기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관리 중인 위기 청소년 중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년들의 재범률은 0%”라고 했다.
입소문에 방탈출을 찾는 학생들은 늘고 있다. 애초 소년범 등을 대상으로 만든 이 프로그램을 일반 중·고교생들도 찾고 있다. 지난달엔 소년범 74명을 포함해 272명이 체험했고, 이달에도 120명이 예약했다.
임 교장은 “교육 후 학생들이 ‘선생님 사고 치지 않을게요’, ‘학교 열심히 다닐게요’와 같은 말을 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청소년들의 재범률이 성인의 2.5배 정도라 방탈출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시 비행을 저지르지 않게 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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