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식량의 기본은 ‘고칼로리’
전투식량은 그 특성상 칼로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잘 싸우기 위한 최선의 조건은 바로 병사들을 ‘잘 먹이는 것’이었다. 나폴레옹은 ‘군대는 잘 먹어야 잘 싸운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국내서도 1980년대부터 전투식량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요즘 우리 장병들에게 보급되는 전투식량은 4가지 형태다. ▲뜨거운 물에 데우는 방식의 1형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2형 ▲물을 사용하지 않고 발열체로 데워서 먹을 수 있는 즉각취식형 ▲조리 없이 간단하게 바로 섭취할 수 있는 특전식량 등이 있다. 특전식량은 땅콩강정, 압착식, 소시지·햄류, 땅콩크림, 분말형 이온음료 등 고열량식 등이다.
훈련 시 식사 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일반 전투식량을 섭취한다. 이동이 시급하거나 밥을 먹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특전식량을 섭취하며 작전을 수행하거나 이동하기도 한다. 전투식량의 열량은 어느 정도일까. 일반 전투식량 1회분의 경우 약 1100㎉다. 국내 성인 남성 1일 섭취 권고 칼로리가 2400㎉임을 감안했을 때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휴대가 간편하고 가벼운 특전식량도 열량이 높다. 1000㎉다. 무엇보다 전투식량에 비해 탄수화물 비중이 낮고 지방함유량은 15% 더 높다. 전시 등 급한 상황에서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식품은 모두 2~3년간 보관 가능하다.
김샤론 영양사는 “전투식량은 전시 상황에서 폭발적인 칼로리 소모가 이뤄지는 군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기존 성인의 일일 권장 소모열량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맛없어서도 안되고, 너무 맛있어도 곤란하네
흔히 고칼로리 음식은 무조건 맛있을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고열량의 전투식량에서는 ‘살찌는 맛’을 느끼기 힘들다. 전투식량의 맛이 형편없을 경우 장병의 사기가 떨어지지만, 너무 맛이 좋다면 한꺼번에 많이 먹어 비상식량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지기 쉽다. 비상시가 아닌 평시에도 간식처럼 먹다 정작 비상식량이 필요해질 비상시까지 남아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투식량을 일부러 맛이 없도록 만들기도 했다. 허쉬는 2차대전 당시 미국으로부터 아예 ‘맛없는 군용 초콜릿을 개발해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일상에서 자주 먹다간 지방 축적 지름길
최근 전투식량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 사이에서도 인기있는 먹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등산·캠핑·낚시 등 야외활동이 늘면서 간편한 전투식량의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 것. 방송에서 여러번 등장하고, 유튜브 등 SNS에서도 전투식량을 섭취하는 콘텐츠가 꾸준히 노출되는 것도 한가지 이유다.
단, 일반인이 전투식량을 너무 자주 섭취해서는 곤란하다. 우선 전투식량은 영양보다는 열량을 채우기 위한 식품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영양 면에서도 오래 섭취하기엔 무리가 있다. 전투식량은 기본적으로 탄수화물·당분 위주의 영양소로 구성돼 있고, 단백질 함량도 낮은 편이다. 김샤론 영양사는 전투식량 제조 시 ‘장기적인 영양학적 균형’은 고려의 대상이 전혀 아니므로 일상에서 자주 섭취하면 비만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노출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투식량을 즐긴다면 나트륨 체외 배출을 유도하는 칼륨 함량이 풍부한 우유, 오렌지, 바나나, 부추, 쑥, 시금치 섭취를 권하며, 충분한 수분 보충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이어 “전투식량의 화학물질이 함유된 포장지나 일회용 발열제는 환경호르몬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섭취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