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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몬도 장관은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지난 8월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7㎚(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반도체를 탑재한 데 대해 “이 시점에서 말하고 싶은 건 그것이 우려스럽다는 점이며 우리는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은 14㎚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메이트 60 프로’에 미국 규제 기준보다 더 첨단인 7㎚급 ‘기린(Kirin) 9000 s’가 탑재됐다는 게 알려지면서 미국 규제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기린 9000 s는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과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 SMIC(중싱궈지)가 네덜란드 ASML의 노광장비를 이용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무부는 규제 강화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화웨이와 SMIC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화당에선 미국 기업이 화웨이나 SMIC와 거래하는 걸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네덜란드와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우린 동맹국과 기업, 현장 소식통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같은 날 로이터통신과 한 인터뷰에서도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한 대화를 언급하며 “그는 아주 분명했다. 규칙을 거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가 정부 통제를 피해 성능을 낮춘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할 가능성에 대해선 “인공지능(AI)를 구동할 수 있는 경계에서 반도체를 재설계한다면 바로 통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미 상무부는 영국 방산회사 BAE시스템스의 군용 반도체 공장에 3500만달러(약 46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발효된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이 지급되는 첫 사례다. BAE시스템스의 뉴햄프셔 공장에선 F-35 등 전투기와 위성 등에 탑재되는 반도체를 생산한다. 러몬도 장관은 이 공장을 찾은 자리에서 “위대한 조국을 지키기 위해선 미군 장비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미국민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며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 반도체 제조·공급망이 크게 확충되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다음 달 최첨단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