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매입+대항공개매수' 투트랙 전략 총력

하지나 기자I 2024.10.01 06:00:00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법원 판결 관건
인용시 고려아연 대항공개매수 카드만 남아
배임 및 투자 회수 등 우호세력 '딜레마'
이사회 장악 등 법적 분쟁 비화 가능성도

[이데일리 하지나 김경은 기자] 고려아연이 오는 2일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에 맞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전망이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최대한 MBK의 과반 지분 확보를 저지하는 한편, 사모펀드(PEF)를 활용한 지분 매입을 통해 경영권 방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자사주 취득’ 법원 판결 주목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MBK연합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소송과 관련해 이날까지 양측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받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결정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앞서 공개매수를 시작하면서 법원에 고려아연과 그 계열사 및 한국투자증권이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매입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 및 그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동안 공개매수 대상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매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 자사주 매입이 가능해진다면 고려아연은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MBK측의 과반 이상 지분 확보를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고려아연 법인이 현재 보유한 자금을 활용할 수 있어 외부자금 수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자사주의 경우 당장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 처분 또는 지분 교환 등을 통해 의결권이 살아나면 향후 우호 지분으로써 역할을 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활용할 수 있다. 6월 기준 고려아연의 현금성 자산은 9382억원에 달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한화 배임 논란 등 백기사 ‘안갯속’

법원이 공개매수 기간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을 금지할 경우 고려아연 상황은 급박해진다. 남은 카드는 대항 공개매수뿐이다. 현재 현대차(5.05%)·한화(7.75%)·LG화학(1.89%) 등 우호 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은 34%가량에 이른다. 국민연금(7.57%), 자사주(2.39%)를 제외하고 과반을 막기 위해 최 회장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지분은 최소 6% 수준이다. 주당 80만원에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1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글로벌 PEF인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탈, 메리츠금융그룹 등의 참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최윤범 회장의 담보 여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은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앞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최윤범 회장과 만남을 갖는 등 대표적인 백기사로 꼽혔던 한화그룹 역시 배임 등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지원 가능성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한화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삼형제가 지분 100%를 가진 한화에너지를 통해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이 또한 배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한화에너지 회사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면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결국 배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예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향까지 고려해볼 수 있지만 이 경우 그야말로 수조원대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한화솔루션, 한화오션 등 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사회 재편’ 법적 공방 이어질 듯

오는 4일 MBK의 공개매수 이후에도 이사회 재편을 위한 양측의 법적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의 권한이 막강하다. 이사회의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로 이뤄지지만, 실질적으로 13명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진은 장형진 고문을 제외하면 모두 최 회장 측으로 분류된다. 고려아연의 사외이사 전원(7명)은 최 회장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또 고려아연 이사회는 ‘회장’이 의장을 맡고 있고, 이사회 규정에서 이사회 소집권자도 ‘회장’으로 지정되어 있다. 최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가운데 지정하는 추세와 달리 고려아연은 경영정책 효율성과 책임경영을 위해 최윤범 회장을 의장으로 하고 있다.

특히 MBK가 이번 공개매수 명분으로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 교체 안건이 가장 우선적으로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MBK는 지난 21일 입장문에서 “최윤범 회장이 주식회사의 근본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해 이사회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최 회장이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 회장 해임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의결권 주식총수의 과반을 확보하더라도 주총에서 표대결로 이사 해임 결의를 통과시키기에 역부족인 만큼 당장 MBK는 이사회 장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MBK는 고려아연이 서린상사의 이사회 장악을 위해 했던 것처럼 사내이사를 추가해 이사회 재편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관상 이사의 수를 추가하는 것은 제한이 없다. 다만 최 회장이 해임되기 전까지는 고려아연의 이사회는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처럼 법적 다툼을 통해 해결하는 것 외에는 고려아연 지분 구조상 MBK도 방법이 뾰족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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