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검찰개혁, 당위라도 졸속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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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5.09.05 05:00:00

김희관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전 법무연수원장
당위성 충분한 형사사법 개혁
시스템 오류 땐 국민 피해 막대, 신중한 숙고도 필수적 과정
여론 정치의 함정 피하고 학계·법조계 의견수렴 힘써야

[김희관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전 법무연수원장] 검찰개혁 논의가 뜨겁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필자는 검찰 재직 시 검찰의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고 자칫하면 오늘날과 같은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검찰개혁이 당위라 하더라도 졸속은 안 된다. 검찰개혁은 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작업인 만큼 각별한 신중함이 요구된다. 형사사법제도의 설계는 정치적 고려보다 사법적 지혜를 우선시해야 할 영역이다. 여론정치는 ‘인기 있을까’를 묻지만 진정한 용기는 ‘옳은가’를 묻는다. 형사사법 시스템은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다루는 만큼 여론에 휘둘려서는 안 되며 국가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선행해야 한다.

수사 한 건을 그르치는 것과 제도를 그르치는 것은 천양지차다. 형사사법제도의 설계는 그야말로 국가 시스템의 핵심 근간이다. 그 연쇄 효과와 후속적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의 직접 수사권 대상을 제한하는 제도개혁을 단행했는데 내란 사태에서 내란죄가 여기에 포함되는지가 커다란 논란이 된 바가 있다. 이런 제도 변경에 따른 ‘불의타’(예상하지 못한 불의의 공격을 뜻하는 법률용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면밀하게 고려해 추진해야 하며 성급하게 단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 건의 수사 실패는 해당 사건에만 국한되지만 제도의 결함은 사법 시스템 전반에 걸쳐 구조적 문제를 야기한다. 잘못된 제도 설계로 인해 무고한 시민이 철창신세를 지고 정작 응징받아야 할 진범들이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부조리를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가 검찰 재직 중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일 중 하나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시절 전자발찌 소급효 위헌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를 필사적으로 막아낸 것이다. 당시 담당 검사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함께 사표를 내자”고 했다. 진심이었다. 만약 전자발찌의 소급적용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았다면 수많은 잠재적 성범죄자들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사회로 방출됐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됐다면 밤거리를 걷는 선량한 시민이 무방비상태로 피해를 봤을 것이다. 범죄예방의 성과는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라면 보이지 않는 것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갖춰야 한다.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복귀한다고 한다. 여당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총비용이 최소 1조 794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으며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약 1100억원,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최대 3500억원 이상의 예산 낭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과연 이 천문학적 사회적 비용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런데 형사사법 시스템 개편은 청와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차대한 사안이다. 무고한 시민을 감옥으로 보내고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자들이 법의 심판을 피해 떵떵거리며 사는 부조리한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운명은 물론 사회 전체의 정의를 뒤흔드는 중차대한 문제다.

이처럼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형사사법시스템 개혁을 정치권에서 급하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치밀하고 합리적인 토론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균형 잡힌 의견수렴을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 형사사법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정부 조직 설계의 핵심인 헌법학자와 행정법학자들의 진지하고 깊이 있는 견해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파리드 자카리아는 저서 ‘자유의 미래’에서 변덕스럽고 조변석개하는 여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공동체의 장기적 미래보다는 눈앞의 목소리에 좌우되기 쉬운 대중여론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나오는 사이렌의 현혹적인 노랫소리에 비유하며 오디세이가 자신의 몸을 돛대에 결박했던 것처럼 현명한 자제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프라이팬의 열기를 피하려다 활활 타오르는 불구덩이로 뛰어들거나 좁은 시냇물을 피하려다 망망대해로 몸을 던지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하되 그 접근 방법과 추진 과정에서만큼은 치밀한 검토와 준비가 전제돼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사회정의라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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