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버려지는 폐지방에서 ‘노다지’를 캐는 바이오벤처가 있어 화제다. 경기도 성남 산업단지에 자리잡은 (주)도프(대표 신용우)가 그 주인공이다. 이 바이오벤처는 폐지방을 활용해 g당 무려 수천만원 호가하는 초고가 의약품을 생산하는 혁신적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회사는 이 기술로 국내에서는 특허를 취득했고 미국에는 출원중이다.
신용우 도프 대표는 “특허권을 확보한 폐지방에서 세포외기질(ECM)을 추출하는 초임계 공정은 기존 1주일 가량 걸리던 것을 불과 4시간 이내로 줄일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며 “이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의약품, 미용품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세포외기질의 순도와 수율을 대폭 높여 제품 및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포외기질은 생체조직의 주요성분으로 기능 및 구조를 결정하는 소재다. 성장인자, 콜라겐 등의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직공학,세포공학 , 재생공학 등에 있어 필수적 원료로 쓰인다.
도프의 신기술을 활용하면 1kg의 폐지방에서 3g 정도의 세포외기질을 추출할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추출된 세포외기질은 g당 최고가격이 5600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최고급 의약재료로 손꼽힌다. 의료용 콜라겐으로 추출하면 g당 판매가격이 대략 2500만원에 달한다.
업계는 국내에서 버려지는 폐지방을 모두 활용할 경우 시장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있다. 이 세포외기질은 인공관절 이식후 사용하는 조직수복제, 상처를 빨리 낫게 해주는 창상회복제, 3D프린팅 의료기기 원료, 성형용 필러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도프가 특허를 확보한 이 기술은 폐지방외에도 다양한 산업분야로 확대가 가능하다는 게 신대표의 설명이다. 그는“뼈는 물론 각막,혈관 등으로 적용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동물이 아닌 인체에서 나온 성분이라 거부반응이 거의 없고 효과가 뛰어나다는 게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폐지방 뿐아니라 인체에서 나오는 모든 부산물을 활용해 의약품으로 추출할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도프가 공들여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혁신기술은 현재 자칫 사장될 위기에 처해있다. 정부의 규제때문이다. 도프의 발목을 잡고있는 것은 태반을 제외한 인체 부산물의 재활용을 금지한 폐기물관리법이다. 이 법은 인체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폐기물 전문업체가 수거해 모두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규 때문에 도프는 지난 2018년 이 기술을 개발을 끝내놓고도 상품화를 못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신대표는 이 규제를 풀어달라고 그간 환경부에 수차례 요청을 했으나 환경부는 관련법 개정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는 “그간 환경부에 요청하면 환경부는 인체 폐기물이든 산업 폐기물이든 폐기물로 하나로 묶어 관리할수 밖에 없다”며 “보건복지부에 가서 사정을 얘기해보라며 책임을 돌리는 자세만 보였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이 규제가 지나치다고 뒤늦게 판단한 환경부는 지난 2017년 인체 폐기물은 시험·연구 목적에 한하여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법 시행령을 바꿨다. 하지만 여전히 상업화를 금지하고 있어 식약처로부터 의약품으로 지정조차 받을수 없는 상황이어서 도프와 같은 업체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게 신대표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인체 폐기물의 재활용을 금지하는 현재 법령은 문제가 많아 개정해야 한다는 데 내부 의견이 모아지고있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될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그간 요지부동이던 환경부도 최근들어 관련법 개정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있어 상업화가 원천차단되어 있던 도프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환경부가 태도를 바꾸게 된 계기는 이달 초 성일종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발의한 의료폐기물인 치아를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하는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결정적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도 “이 의원 발의법률안에 폐지방 등 의약품으로 활용할수 있는 인체 폐기물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도프가 규제에 가로막혀 상품을 내놓지 못하며 주춤하는 사이 미국업체들은 얼마 전부터 시장에 제품을 내놓으며 주도권을 쥐기 시작한 형국이다. 바이오로지카 테크놀로지와 mtf바이오로직스 가 대표적 업체다. 이들 업체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로부터 세포외기질을 활용해 만든 필러제품을 허가받아 시판에 들어갔다.
세계 최고수준의 엄격한 의약품 관리체제를 갖췄다는 미국 FDA가 인체 부산물을 활용한 의약품에 대해 판매허가를 전격적으로 내주면서 유럽,일본 등 의약강국들도 미국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신대표는 “미국의 일부 업체들이 세포외기질을 활용한 필러등 의약품 판매에 들어갔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초임계 공정기술보다 낮은 효소추출기술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다만 규제 때문에 시장선점의 기회를 놓친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빠른 시간내 규제가 풀린다면 원가경쟁력을 보유한 업체가 시장을 리드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공격적으로 시장공략을 할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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