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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기간을 두든 안 두든, 또 얼마나 길게 두든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한 브렉시트는 언젠가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만약 브렉시트가 공식 발효되면 영국 식품 시장에 적잖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요.
EU 회원국들의 시장은 하나의 무관세 단일 시장입니다. 이에 따라 각 회원국이 생산량이 풍부하고 품질도 좋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들을 다른 회원국 시장에 손쉽게 내다 팝니다. 수입 관세가 없기 때문에 EU회원국 소비자들 다른 회원국들에서 생산된 질 좋고 맛있는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아직은 브렉시트가 발효되지 않아 영국이 EU 단일시장에 있기 때문에 영국 슈퍼마켓에서 이탈리아산 와인을, 그리스산 요구르트를, 스페인산 오렌지를 해당 국가에서 살 때와 비슷한 가격에서 살 수 있는 것이죠. 현재 영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에서 이탈리아 와인 한 병을 약 5.5파운드(약 8450원), 스페인산 오렌지 4개 한 묶음을 1.75파운드(약 2700원), 그릭 요거트 500그램짜리를 2.75파운드(약 4230원)에 사 먹을 수 있습니다.
영국은 국내 유통 식료품 가운데 50%를 수입하고 그 가운데 EU에서 수입하는 양이 가장 많습니다. 특히 EU 농산물에 대한 영국의 의존도는 높습니다. 영국 내 유통되는 야채 가운데 80%를, 과일은 40% 정도를 다른 EU 회원국에서 수입합니다. 만약 브렉시트가 발효되면 EU에서 수입하는 식료품에 관세가 생기고 통관 절차 등에 드는 비용도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되면서 영국 내 유통되는 식료품 가격이 급격히 뛸 가능성이 큽니다. 영국 소매산업협회는 브렉시트로 식료품 가격이 22%까지 폭등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고요.
영국 농가들은 EU공동농업정책이 주는 막대한 농업보조금을 지원받아 생산비용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이 농산물을 생산해 왔습니다. 그러나 EU 탈퇴로 EU 보조금이 중단되면 비용부담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농업을 접는 농가가 늘어나는 등 농업계 전반의 피해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영국 식품가공업이 인력의 3분의 1 이상을 EU 회원국 출신 등 외국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 노동자에 배타적인 브렉시트 발효 이후 인력난 등 식품 가공업계 혼란도 예상됩니다.
식품 유통과 가격, 인력난뿐만이 아닙니다. 영국 서섹스대와 몇몇 대학이 연합해 브렉시트 이후 식품 산업 전망 등을 분석한 보고서는 만약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게 되면 식품 안전과 관련해 더 이상 EU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식품안전 기준이 해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있으면서 지난 50년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던 식료품 공급과 품질, 가격에 대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