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크기의 오차도 허용 못 해”…DN솔루션즈 마더팩토리[르포]

김세연 기자I 2024.11.03 12:00:00

공작기계 분야 세계 3위, 국내 1위 규모의 DN솔루션즈
마이크로미터 단위를 관리하는 정교함이 경쟁력
자동화 솔루션 도입 이후 부가가치까지 올려
김원종 대표 “공작기계 분야 세계 1위로 발돋움할 것”

[창원(경남)=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머리카락 한 올의 굵기는 0.1㎜입니다. 크고 둔탁해 보이는 장비이지만 머리카락 100분의 1 수준인 1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정교함을 자랑합니다.”

머리카락 한 올의 100분의 1 크기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곳, 지난달 30일 방문한 공작기계 기업 ‘DN솔루션즈’의 경남 창원시 남산공장과 성주공장이다. 신명수 DN솔루션즈 생산기술전략팀장은 공간을 꽉 채우는 기계음을 뚫고 거대한 공작기계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기계 안에서는 갑 티슈 크기의 ‘스핀들헤드’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다양한 모양의 공구를 담고 있는 스핀들헤드는 끝에 달린 공구의 예리한 끝으로 가공물을 깎아내는 손이자 공작기계의 핵심이다.

다양한 모양의 공구들은 정확한 3차원 좌표에 따라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금속 가공물을 깎아낸다. 공구의 날카로운 끝과 가공물이 닿자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가공물은 매끄러운 모양으로 외형을 갖춰갔다. 바람개비 날, 매끄러운 구멍, 톱니바퀴 모양, 원기둥 모양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업이 계속되자 공작기계 안에서는 물이 튀기듯 아주 작은 크기의 금속 부산물이 생기거나 종잇장처럼 얇은 금속찌꺼기가 만들어졌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경남 창원의 DN솔루션즈 남산공장에서 직원이 터닝센터 기계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김세연 기자)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정교함…세계 3위 경쟁력의 비결

흡사 캠핑카처럼 생긴 이 공작기계들이 바로 DN솔루션즈의 경쟁력이다. 공작기계는 주로 기계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어 ‘기계를 만드는 기계’이자 ‘마더머신’(엄마기계)으로 불린다. 항공, 방산, 의료기기 등 고도의 정밀함이 요구되는 분야에 활용하고 있어 오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경쟁력의 비결이다. 신 팀장은 DN솔루션즈가 최소화한 오차가 박테리아 크기 수준으로 업계 최고 기술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절삭기계의 2가지 종류 중 ‘터닝센터’는 공구로 빠르게 회전하는 가공대상을 깎으며 모양을 만들어 간다. 반대로 ‘머신센터’는 가공대상이 아닌 공구가 빠르게 회전하며 대상물의 모양을 잡는다. 터닝센터와 머신센터 모두 ㎛ 단위의 정교함을 관리한다.

DN솔루션즈는 이 헤드 관련 공정을 자사에서 직접 진행해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 106조원 규모의 세계 공작기계 시장에서 DN솔루션즈는 국내 1위, 세계 3위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공장 가운데쯤에 다다르면 별도의 벽으로 둘러싸인 출입 통제 구간이 등장한다.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정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늘 실내 온도 20℃를 유지하는 헤드 공정 작업 공간이다. 헤드 부분이 공작기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만큼 헤드 작업 공간은 남산 공장의 가장 핵심적인 공간이다. 공작기계를 구성하는 금속 소재는 쉽게 팽창하고 수축하는 소재이기 때문에 같은 온도는 물론 같은 수준의 습도까지 유지해야 한다.

정교한 기술력 덕에 헤드룸과 스핀에 다양한 공구를 끼워 한 기계 안에서 여러 가지 공정을 할 수 있는 ‘다중작업 터닝센터’도 높은 수준의 정밀도를 보인다. 복합기능을 가진 기계는 정밀도를 높이기가 더 어렵다는 공식을 깼다.

지난 30일 방문한 경상남도 창원의 DN솔루션즈 남산공장에서 공작기계 작업 중 나온 찌꺼기 칩(chip)들이 모여 있다.(사진=김세연 기자)
◇찌꺼기 관리도 기술…“공작기계 분야 세계 1위가 목표”

잘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다중작업 터닝센터의 한 종류인 ‘SMX 2600ST’는 둔탁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아주 미세한 가공 찌꺼기를 남긴다. 가공물과 공구가 만나며 빠른 속도로 깎아낸 가공 찌꺼기 ‘칩’(chip)은 지나치게 두께가 얇아 동그랗게 말려 있다. 공작기계가 주로 다루는 금속 소재를 포함해 알루미늄, 티타늄 등의 최신 소재들을 다룰 때도 얇디얇은 찌꺼기가 기계 안에 남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깔끔하게 기계 밖으로 모이게 하는 것도 기술이다.

DN솔루션즈는 자동화 솔루션을 더해 이제는 부가가치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공장의 한 구역에서는 기계 여러 대를 하나의 기계처럼 연동한 자동화 솔루션 ‘LPS’(Linear Pallet System)가 사람의 도움 없이 부품을 공정 순서대로 연속 가공하고 있었다. 쉼 없이 돌아가는 기계 위쪽에는 대형 팔레트에 놓인 금속 소재들이 가공을 기다린다. 3대의 기계와 38개의 팔레트는 사람이 없어도 혼자서 기계들을 만들고 완성된 가공물은 다음 공정으로 넘기며 가공할 새로운 가공물을 들여온다.

지난 2022년 DN그룹은 약 2조원을 투입해 현재 DN솔루션즈(당시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했다. 현재 DN솔루션즈는 4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평가받으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창원 성주공장을 증축하고 부산과 인도 뱅갈루르에는 신공장 건립을 진행 중이다.

김원종 DN솔루션즈 대표는 “공작기계는 정말 중요한 산업분야”라며 “DN솔루션즈는 2032년까지 공작기계분야 세계 1위로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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