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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셰프는 41년간 한식 조리 연구 외길을 걸어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식 셰프다. 그에게는 언제나 ‘셰프들의 셰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지난 1983년 세종호텔에서 요리를 시작한 그는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신라호텔 등 특급호텔 주방을 두루 거치며 한식을 파고들었다.
조 셰프는 “요리 업계에 입문해 한식을 선택한 이후 단 한 번도 ‘다른 요리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며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시작점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늘 한식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방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특급호텔 한식 책임자로 일한 후 그는 5년간 대학교 강단에 섰다. 오랜 시간 자신이 쌓아온 한식의 노하우를 후학에게 전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내 현장이 그리워졌다.
조 셰프는 “주방이라는 공간은 여자가 감내하기 어려운 엄격한 조직관리와 강한 정신력 및 체력이 요구되는 곳”이라며 “일반 가정의 주방에서 거의 당연하게 여성이 일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이어 “대가족의 큰 며느리, 주부, 엄마의 역할에서 내가 사랑하는 일을 지속해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결단하기 쉽지 않았던 시기도 많았지만 한식 분야에서만큼은 최고가 되겠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식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그를 최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는 2017년 ‘한식공간’을 열어 새로운 메뉴 개발과 끈질긴 연구로 한식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다졌다. 2019년 ‘미쉐린 1스타’를 획득하고 이듬해에는 한국인 최초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드에서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로 선정됐다.
조 셰프는 한식과 자신이 만든 음식을 통해 ‘나다움’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만든 음식으로 먹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을 때 자존감을 최대한으로 느낄 수 있었다”며 “타고난 숟가락의 색깔을 바꿔가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기쁘다”고 밝혔다.
조 셰프는 한식을 변형하고 재해석하면서 한식의 예술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조 셰프를 필두로 국내 최정상 셰프들과 함께 한식 레스토랑 ‘우리 루이비통’을 열었다. 루이비통이 국내 셰프와 협업한 것은 최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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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셰프의 한식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매일, 매순간 자신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있는 그대로 소중한 내 자신을 잘 다듬고 가꾸고 벼리다 보면 훨씬 더 가치 있는 자신이 될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9년 후에는 한식을 한 지 50년이 되는데 그간 축적한 많은 경험과 다채로운 생각들을 책으로 정리할 계획”이라며 “외부에서 과분한 평가와 인정을 받을 때 큰 빚을 진 마음이 들지만 한식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타고 난 내 모습, 선택이 불가능하도록 주어진 조건과 환경 속의 내 모습, 내 의지와 힘으로 이끌어가며 형성된 내 모습을 수용하고 인정할 때 진정한 나다움이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