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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형량 상향’·‘아동학대 의심 강제수사’…20대 국회서 폐기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20대 국회(2016년 5월~2020년 5월) 당시 발의된 아동학대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은 총 41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7건을 제외한 대부분 법안은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아동학대법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관련 내용을 담은 수십여개의 아동복지법 개정안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폐기된 법안의 내용을 보면 아동학대 범죄자의 형량을 상향한다는 내용, 아동학대가 의심될 경우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자택에 즉각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으로 거의 매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 내에 논의되지 못하고 묻혔다.
이들 법안도 5세 남아가 친모의 내연남에게 학대를 받아 한쪽 눈이 실명되고 팔다리가 부러져 후유증을 안게 된 ‘지호사건’, 친부모가 3세 남자아에게 목줄을 채워놓은아 사망한 ‘개목줄 어린이 사망사건’ 등 잔인한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진 후 발의된 법안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법안들은 통과되지 못했고 또 다시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정인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16개월 여아가 사망한 사건이다. 아이의 머리와 복부에 큰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한 의료진이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지난해 정인양이 아동 학대를 당하는 것 같다는 의심 신고가 세 차례나 있었지만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정인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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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수사 현실적 어려움…“국회, 제도 개선 의지 없다” 비판도
이번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경찰은 당시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도 제도적 한계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입법적인 제도 개선이 선제적으로 이뤄졌다면 많은 아동학대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의견이다.
경찰 관계자는 “출동 경찰의 대처가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아동학대의 경우 (학대) 현장에서 신고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출동해 보면 학대에 따른 상처 등이 아물어 있는 경우가 많아 학대 혐의를 인정해 분리조치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세 번째 방문했을 땐 APO(학대예방경찰관)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 등 6명이 조사를 했는데도 아동학대 혐의를 밝히기 어려웠고, 결국 분리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인양을 진찰했던 소아과 의사도 아동학대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모호한 소견을 냈고, 규정에 따라 부모와 정인양을 분리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시민단체 역시 국회가 인기영합성 법안을 낸 뒤 법안 처리에는 미온적인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할 법안이 여러 차례 나왔는데도 이를 처리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원들의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며 “발의한 의원이 법안 통과까지 밀어붙여야 하는데 언론에 나오고 나면 그것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법적인 처벌을 강화해 아동학대가 강력범죄라는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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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부터 뒤늦게 ‘즉각 분리제도’ 시행
한편 지난해 경남 창녕과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 이어 정인이 사건까지 발생하자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말 뒤늦게 아동학대 관련 특별 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1년 내에 아동학대가 두 번 신고되는 등 학대가 강하게 의심될 경우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는 ‘즉각 분리제도’의 도입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올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두 번 이상 신고된 아동에게 멍이나 상흔이 발견될 경우 응급 조치가 적극 실시될 수 있도록 72시간동안 응급 분리할 수 있는 방안도 명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