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민간인 2명이 제주 해군기지 철조망을 뚫고 들어갔는데도 부대가 이를 모르고 있다 뒤늦게 조치해 뭇매를 맞았습니다. 올해 1월엔 70대 노인이 진해 해군기지를 무단으로 침입해 1시간 30분가량 활보했다고 합니다.
또 진해 기지사령부 해군사관학교 외곽 울타리에 8개월가량 뚫려 있던 ‘개구멍’이 뒤늦게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해 말 해군작전사령부에서도 민간인이 정문을 넘어 영내에 침입한 뒤 9분 간 부대 안을 돌아다녔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이같이 유독 해군 기지에서 경계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은 해군 기지의 특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진해기지사령부에는 수많은 부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중장이 지휘하는 해군사관학교와 소장 지휘의 잠수함사령부, 교육사령부, 군수사령부, 또 준장 지휘의 5성분전단, 8전투훈련단, 특수전전단(UDT/SEAL) 등이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의 경우에도 7기동전단과 93잠수함전대가 주둔합니다.
진해와 제주 기지의 방호 및 경계작전은 기지사령부와 기지전대가 총괄하지만, 또 주둔하고 있는 부대별로 책임지역을 나눠 맡고 있습니다. 기지 울타리 훼손이나 거동 수상자 발견시 해당 부대 지휘체계로 보고가 된 이후 기지사령부나 기지전대로 상황이 공유됩니다. 초동조치가 지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난 21일 해군사관학교 책임 지역 울타리 훼손 사실을 8전투훈련단 당직사관이 오전 11시 25분께 발견했지만, 기지사령부 초동조치부대 출동이 오후 2시 3분에야 이뤄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8전단 당직사관은 자신의 부대 작전참모에게 알렸고, 해군사관학교에 상황 전파 후 해군사관학교가 다시 이를 기지사령부에 전하는 과정이 늦어진데 따른 것입니다.
넓은 기지에 많은 부대가 있다보니 무단침입자를 분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좋은 구조입니다. 게다가 기지 내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의 지휘관 보다 기지사령관이나 기지전대장이 후배이기 때문에 이들이 선배들이 지휘하는 부대의 경계 책임을 묻기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또 다른 원인은 해군 병력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군의 조직과 편성을 규정하고 있는 국군조직법에 따르면 해군은 ‘상륙작전을 포함한 해상작전을 주임무로 하고 이를 위해 편성되고 장비를 갖추며 필요한 교육·훈련을 한다’고 돼 있습니다. 항해병과를 중심으로 한 해상 작전 위주의 군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상 작전은 소홀해 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해군의 핵심 전력은 누가 뭐래도 함정입니다.
해군은 지난 10여년 동안 함정 전력증강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항공작전의 임무 확대, 7기동전단·잠수함사령부·제주기지전대 등을 창설했습니다. 몸집을 키우는 동안 3700여명의 병력이 추가로 필요했지만 이를 자체 해결했습니다. 군수·교육·행정부대 등을 감축하고 지상병력을 줄이는 자구책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2019년부터 2030년까지 현 수준보다 3000여명의 병력이 더 필요하다는게 해군 판단입니다. 세부적으로는 함정 1300여명, 항공기 700여명, 부대구조 개편 1000여명 등입니다. 비전투분야의 민간 인력 대체로 현역을 최소화 하는 방법은 한계에 도달한 상황입니다. 지상 경계작전을 담당할 병력은 더욱 모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해군기지의 상황실 책임자가 장교나 고참 부사관이 아닌 중사 진급 예정자라는 현실이 이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기지 울타리, 미관형 펜스로…보안 취약할 수밖에
마지막으로 제주해군기지의 태생적 한계도 문제로 꼽힙니다. 제주해군기지는 평화 훼손과 환경 파괴 논란으로 기지 건설에 10년이나 걸렸습니다. 지금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기지 입구에는 시민 활동가와 일부 주민들이 반대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게다가 군사기지라면 당연히 설정돼야 할 군사보호구역도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갈등으로 기지 완공 4년여 만인 올해 1월에서야 이뤄졌습니다.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일부 활동가들이 기지 시설물을 만만히 본 이유입니다. 기지 인근 해상은 아직도 군사보호구역이 아닙니다. 위법 행동시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