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두칠성 등대, 사랑을 비추다 ''선미도 등대''
| 선미도 등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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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어린 시절, 한 번쯤 들어봤을 라푼젤 동화가 떠오르는 곳이 있다. ‘덕적도의 예쁜 꼬리’라 불리는 인천 선미도(善尾島)의 낭떠러지 절벽 위, 신비롭게 빛나고 있는 선미도 등대와 이를 둘러싼 풍경이 바로 그 것. 높은 탑에 갇힌 라푼젤이 성 밖으로 길게 머리카락을 길러 이를 타고 올라온 왕자와 사랑하게 된 이 동화 속 미지의 풍경이 중국과 북한으로 이어지는 해상 위의 이 무인도에서 펼쳐진다.
선미도 입구에 내리면 무인도를 실감하게 하는 무성한 풀숲이 날 것 그대로의 조화로 반긴다. 그 위로 펼쳐진 1.6km의 빛바랜 모노레일은 등탑까지 필요한 물자를 나르는데 사용하고 있다. 흡사 라푼젤이 머리카락을 늘어뜨려 비밀스레 등탑으로 초대하듯, 모노레일 곁을 따라 30분을 걷다보면 해수면으로부터 223m,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선미도 등대에 도착한다. 19m 높이로 하얗게 솟은 등대의 눈에는 우리나라에서 진귀한 프리즘렌즈 3등 대형 등명기가 12초에 한번 보석처럼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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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 의하면 선미도는 풍랑이 심해 많은 어선들이 침몰했던 곳이었다. 임금님의 총애를 받아 왕비의 질투를 사 유배되었다가 죽은 한 궁녀의 한을 품은 영혼이 섬에 저주를 내려 더 험난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 영혼을 달래기 위해 제(祭)를 지내고 선을 베풀라는 뜻에서 선미도(善尾島)라고 이름지었고, 이후 오직 일 년에 한 번 성난 파도가 잦아든다는 이야기다. 선미도 등대는 이 거친 풍랑을 이겨내는 선박들을 안전하게 인도하기 위해 2003년 12월, 오랜 풍상에 낡은 기존 등대를 철거하고 37km 밖까지 강력한 빛을 뿜는 현재의 등대로 보강했다
다른 섬들처럼 일반 상업 여객선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것이 아닌, 인근 덕적도에서 배를 빌려야만 다다를 수 있는 선미도는 도도함과 신비함을 간직한 채 직업 정신이 투철한 몇몇 등대지기들만이 거주하며 등대를 지키고 있다.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고 오직 철새들과 이름 모를 야생화만이 허락된 섬, 산길의 거친 굴곡 끝에 아찔한 절경이 펼쳐지는 섬. 그 섬에서 선미도 등대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채 비밀 가득한 사랑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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