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 안과 진료 받아야’ …당뇨망막병증 진행하면 실명 위험 높아

이순용 기자I 2024.02.15 08:23:43

인천세종병원 이동현 과장, 당뇨망막병증, 당뇨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 미세혈관 합병증
망막으로 가는 혈류 순환 방해해 신경조직 망가지는 질환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망막에 당뇨합병증이 생기면 실명할 수도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라면 꼭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인천세종병원 이동현 과장(안과)은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때문에 발생하며 영구적인 시력 상실을 초래하는 무서운 질환인 만큼 꼭 안과를 방문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때문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미세혈관 합병증으로, 눈 안쪽에 있는 신경조직인 망막으로 가는 혈류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서 신경조직이 망가지는 질환이다.

카메라에 비유하자면 필름에 해당하는 신경조직이 망막으로, 빛을 받아들여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보내는 시력에 매우 중요한 조직인데 이 신경조직을 먹여 살리는 혈관들이 당뇨로 인해 망가지면서 생기는 합병증을 말한다.

당뇨망막변증은 당뇨병 유병 기간이 15년 이상 된 환자 중 약 80%에서 발생한다. 국내 실명 원인 1위로 꼽힐 만큼, 위험한 질환이다. 이동현 과장은 “외래에서 환자를 볼 때 많은 환자들이 ‘당뇨병이 있는데 왜 안과에서 진료를 봐야 하느냐’고 되묻는 경우를 봤다”며 “당뇨병 환자들이 눈에도 당뇨합병증이 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망막병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선이 휘어져 보이거나 눈앞에 붉거나 검게 떠다니는 것들이 늘어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는 위와 같은 증상들은 당뇨망막병증이 상당수 진행해 망막 조직이 많이 손상된 시점에 나타나며, 적절히 치료한다고 해도 증상이 좋아지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시력에 중요한 황반부에 물이 차서 붓는 당뇨황반부종이 발병하면 시력이 떨어져 안과를 찾는 경우가 있는데, 부종이 발병하지 않고 조용히 당뇨망막병증이 진행할 경우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피가 떠다니거나 사물이 일그러져 보여 그제야 안과에 오고 당뇨망막병증 최종 단계인 증식성당뇨망막병증, 유리체출혈, 견인망막박리 등의 중증 합병증을 진단받아 시력을 잃는 환자가 많다.

이처럼 당뇨망막병증이 진행하기 전까지는 눈 쪽에 별다른 불편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당뇨망막병증 말기에는 신생혈관녹내장이 발병해 안압이 높아져 극심한 눈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망막 치료를 받으면서 녹내장 치료도 같이 받아야 하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이 정도로 당뇨망막병증이 진행하면 높은 확률로 실명한다.

당뇨망막변증 치료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소견은 신생혈관 발생 여부다. 고혈당으로 혈관이 많이 손상돼 혈액 순환 장애가 생길 때 우리 몸은 보상작용으로 혈관을 만들어 내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혈관은 매우 약하고 쉽게 터져 유리체출혈이나 견인망막박리 같은 무서운 합병증을 유발한다.

신생혈관이 없는 상태를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라 부르며, 정기적(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망막 검진을 받으며 관리하면 된다. 하지만 신생혈관이 생기는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진행할 경우 레이저 치료(범망막레이저광응고술·Panretinal Photocoagulation)나 안내주사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레이저치료나 안내주사치료가 반복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많고,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돼 유리체출혈이나 견인망막박리 등 중증 합병증이 생겨 수술적 치료(유리체절제술·Vitrectomy)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당뇨황반부종이 생기면 눈 속에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Anti-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혹은 스테로이드 주사약을 넣어 부종을 치료할 수 있으나, 눈 속에 주입한 약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약효를 다하면 다시 부종이 심해져 짧게는 수개월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눈에 주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나 척수 등 다른 신경조직들과 마찬가지로, 망막 조직은 한 번 나빠지면 다시 좋아질 수 없다. 특히 눈 속에 피가 터지는 유리체출혈이 반복적으로 생기거나 망막에 견인성 막이 자라면 수술로 잘 제거한다고 해도 한 번 떨어진 시력 및 휘어 보이는 증상을 완전히 좋아지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증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 미리 관리해야 한다.

당뇨병을 진단받은 즉시 안과에서 당뇨망막병증 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눈이 침침하거나 잘 안 보인다고 느낄 때도 바로 안과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혈당 관리를 잘하는 것도 당뇨합병증의 발병이나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적이지만, 당뇨를 오래 앓으면 결국 당뇨망막병증이 발병하기 때문에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안과에서 정기적으로 망막 검진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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