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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지난달 자사의 최초 AI 노트북 ‘메이트북 X 프로’에 인텔의 새로운 코어 울트라 9 프로세서를 탑재한다고 발표한 뒤 나온 조치다. 미공화당 의원들은 이를 놓고 상무부가 인텔에 민감한 반도체 수출 허가를 해 줬기 때문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반도체로 추정되지만, 미 상무부는 허가를 취소한 회사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업체들은 이날 수출 면허가 즉시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같은 날 바이든 행정부가 인텔과 퀄컴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한 수출 허가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화웨이에 대한 특정 수출 허가를 취소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미국 기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의 이번 조치로 화웨이의 노트북과 스마트폰용 칩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미 상무부는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위협된 환경과 기술 환경을 고려해 우리의 통제가 국가 안보와 외교정책 이익을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평가한다”며 “이 과정의 일환으로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수출 허가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2019년부터 화웨이를 수출 통제 명단에 올려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 명단에 포함된 업체에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별도의 수출 면허를 획득해야 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는 그간에도 화웨이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등을 수출할 수 있는 허가를 내주고 있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마코 루비오 미 상원 정보위원회 공화당 부위원장은 FT와 인터뷰에서 “이것은 옳은 결정이었지만, 애초에 허가를 내주지 말았어야 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기업이 실제로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의원들에 의해 지적을 받았을 때 사후 대응할뿐만 아니라 핵심 기술을 거부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인 비컨 글로벌 스트래티지스의 매건 해리스 수출통제 전문가는 FT에 “미국 정부가 중국 기술의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에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물러서지 않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정부가 화웨이 견제를 위해 이 회사와 협력 관계에 있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을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기존 미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를 제한하는 데서 더 나아가 화웨이 제품에 필요한 반도체 공급선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의 전면적인 수출통제에도 화웨이는 작년 자체 설계한 7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린9000S’ 프로세서를 탑재한 ‘메이트60 프로’를 선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미국 정가에서는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핵심기술 발전을 막는 데 실패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화웨이는 지난달엔 더 향상된 ‘기린9101’ 프로세서가 탑재된 최신 스마트폰 퓨라(Pura) 70 시리즈를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