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8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짝퉁(모조 명품)’ 사이트는 아무리 단속을 해도 우후죽순 생겨난다. 배송이나 품질이 괜찮다고 소문난 일부 사이트는 충성고객까지 두고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진품으로 따지면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이 넘는 가방들이 5~10% 가격에 팔려나간다. 짝퉁 가방을 즐겨 사는 한 친구는 “디자인이 예뻐서 갖고 싶은데 진짜는 너무 비싸서 어쩔 수 없다”고 한탄했다. 진품과 짝퉁을 골고루 써 봤다는 한 친구가 짝퉁 가방 중에는 진짜 명품가방보다 품질이 더 좋은 것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진짜 가방을 만들던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들면서 재료도 더 좋은 것을 쓰는 예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명품의 진짜 가치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지난주 방문한 청담동 명품거리는 한산했다. 비 오는 평일이기는 했지만, 매장에는 많아야 서너 명이 있을 뿐이었다. 섣불리 들어가기에는 어려웠지만 무거운 문을 밀치고 들어가자 안은 조용하고 안락했다. 직원들은 친절했지만 과도하지 않았고 문앞까지 배웅하면서도 구매를 권하지는 않았다. 매장 하나만 들러도 둘러본 가방들의 가격을 합하면 수천만 원대였다. 하지만, 명품 속에 파묻혀 있어서 그런지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짝퉁과 명품을 가르는 기준이 단순히 품질 차이는 아니다. 으리으리한 매장과 화려한 쇼윈도는 결국 명품 가격에 거품을 보태고 있었던 것이다. 손님보다 많은 직원, 출입구를 지키고 있던 사설 경비원들도 마찬가지. 하루에 서너 명이 다녀간다는 매장은 경쟁적으로 리모델링까지 하고 있다. 우리 앞에 서는 명품은 원가에 관세, 뻥튀기된 유통마진과 각종 관리비 등의 두꺼운 화장발로 치장하고 나타나는 것이다. 문득 자기가 만든 조각을 살아 있는 여인처럼 대했던 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이 생각났다. 피그말리온이 조각상을 사람처럼 여기며 말을 걸고 옷을 갈아 입혔듯이, 명품 업체는 두꺼운 화장을 아름다움과 여유, 사회적인 계급이라는 이름으로 치장한다. 그리고 이 `화장발`을 눈치 재지 못하게 하기 위해 명품 업체는 소비자들을 제품으로부터 철저히 배제하는 비밀 마케팅을 펼친다. 그럼 소비자들은 그것이 현실인냥 명품의 진정한 가치인 것 처럼 굳게 믿는다. 일순간 수백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살 만하다고 느꼈던 것도 가죽이나 천으로 된 몸통보다는 명품이 덧쓰고 있는 이미지에 취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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