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녀 회사에 불륜 사실을 알려도 될까요?[양친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정지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4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2년 전, 남편이 회사 여직원과 바람이 났습니다. 그땐 하루하루가 전쟁이었어요. 남편에게 여자가 있단 걸 알게 된 후 그게 누군지 몇날 며칠을 찾았으니까요. 결국 여직원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여직원을 찾아가 회사에 얼굴 들고 못다니게 하겠다고 윽박질렀습니다. 여직원도 유부녀라 제 말을 순순히 듣는 것 같았는데.

몇 달 전, 두 사람이 아직도 만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휴대전화를 봤는데 여전히 사랑 어쩌고 하며 밀어를 주고받고 틈만나면 만났더라고요. 이제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엔 회사에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을 알리고 싶은데요. 제가 인터넷에서 봤는데. 회사 인사과에 불륜 사실을 참고차 전달하는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인사과에 민원을 넣거나 내용증명을 보내는 게 문제가 될까요?

또 상간녀인 여직원의 남편에게도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을 알리고 싶은데요. 직접 찾아가거나 그 집 앞에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카피해서 두고 오면 문제가 될까요? 이번에는 처벌 받더라도 두 사람의 불륜을 꼭 알리고 싶습니다.

- 상간녀의 회사 인사과에 사실관계 참고차 내용증명을 보내도 될까요?

△남편과 상간녀가 여전히 부적절한 만남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사연자가느꼈을 분노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에 불륜 사실을 알리고자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간통 및 상간행위는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이러한 사적인 정보를 제3자에게 전달함으로써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면, 이는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소송 관련 서류를 보내거나 인사권자에 한해 근로자의 비위 행위를 제보한 개념이라면,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명예훼손죄 성립여부는 구체적인 사안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상간녀의 회사에 불륜 사실을 알리는 행위는 신중히 하셔야 합니다.

-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특정한 메시지를 적어 보내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불륜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행위는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일례로,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알고 화가 나 상간녀가 다니는 회사에 ‘상간녀 생일 축하’라고 적힌 케이크를 보냈다가 명예훼손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케이크가 투명한 케이스에 담겨있어, 회사 동료들이 불륜 사실을 알게 되어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본 것인데요, 이처럼 자칫 감정적으로 대응을 했다가는 오히려 억울하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상간녀의 남편을 직접 만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반드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동시에 인식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연자가 상간녀의 남편을 만나 불륜사실을 알린다면,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개된 장소에서 가족이 아닌 제3자가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고, 상간녀의 남편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집을 찾아가는 경우에는 형법상 주거침입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 상간녀라고 소문을 낸다면 어떨까요?

△상간녀의 부정행위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주변에 퍼뜨린다면, 명예훼손죄에 해당하고 특히 인터넷을 통해 상간녀의 불륜 사실을 공개하고 유포하는 것은 더욱 주의하셔야 합니다. 상간녀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상간녀의 개인정보를 공개 및 유포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 그밖에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순간 화가 나는 마음에 상간녀의 집을 찾아가는 경우 주거침입죄로 처벌될 수 있음은 물론, 집 밖에서 불륜 사실을 큰 소리로 외쳐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 즉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또한 상간녀의 집 앞이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과 같이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 불륜 사실을 알리는 메모를 붙이는 것 역시 명예훼손죄에 해당합니다. 이 외에도 상간녀에게 사과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해악을 고지하여 공포심을 일으키거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 등을 반복적으로 보낼 경우에는 형법상 협박죄 또는 정보통신망법상 협박죄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이 점을 특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고통스러운 심정은 십분 이해하나 부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여 위자료를 청구하는 등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상간녀에게 그 책임을 온전히 묻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양담소’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