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만약 예산을 축소한다면 지원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의 수가 줄어들 게 뻔하죠. 운 좋게 선정돼 지원을 받더라도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김윤환 에코제로 대표는 자사 제품 ‘쿡밴드’의 호주 수출을 앞두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사업’을 통해서다. 이 사업으로 국내 판로 개척의 도움을 받은 김 대표는 호주 내 2곳의 바이어와 수출 물량을 협의하는 중이다. 목표대로 수출이 성사되면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2배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주 수출 성사 후 유럽시장 진출도 타진 중이라던 김 대표의 얼굴색은 이내 어두워졌다. 내년도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사업 예산이 줄면서 판로 확대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어서다.
중기부의 2025년 예산 가운데 특히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사업이 철퇴를 맞았다. 2024년 1019억 3000만원이던 해당 예산은 내년도 796억 9500만원으로 무려 22%(222억원)나 줄었다. 민간과 합작하는 ‘TOPS’ 프로그램에 150억원을 신설한다지만 정부의 직접 지원을 바라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사업은 김 대표와 같은 영세 중소상공인의 온라인 시장 진출 및 디지털 전환을 돕기 위한 사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인 2020년 시작해 꾸준히 성과를 냈다. 관련 예산도 2020년 529억원에서 2022년 1128억원까지 늘어나는 등 영세 중소상공인의 판로 확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암운이 드리운 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촉발되면서다. 온라인쇼핑몰 판매 지원 사업에 티메프 비중이 높았는데 국민들의 혈세가 부실기업 지원에 활용됐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으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사업 축소를 우려했고 그 우려는 실제가 됐다.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사업은 올해에만 1만 9500명의 소상공인과 5만 1835개의 영세 중소기업들의 판로 개척을 도왔다. 예산 삭감 비율대로 사업을 축소한다면 소상공인 4500여명, 기업 1만여개 이상이 지원대상에서 빠진다. 지원대상 숫자를 유지한다면 지원 규모가 줄 수밖에 없다.
내수경기 회복이 더딘 가운데 영세 중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티메프 사태로 온라인 판로 지원이 축소되는 엉뚱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 심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정부안을 국회에서 증액하는 전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영세 중소상공인들은 중기부의 예산 편성이 충격일 수밖에 없게 됐다.
대기업과 달리 소상공인은 제품 홍보에 들이는 비용 부담이 크다. 따라서 정부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원사업에 참여해서 제품을 홍보해도 부족함을 느끼는데 지원 예산이 줄어들면 소상공인들은 제품을 판매하기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 뻔하다.
지난달 14일 티메프 미정산 피해기업 간담회에서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피해 업체에게 신속하게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했고 플랫폼을 확대해 매출을 증진하겠다고도 했다. 중기부의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사업 예산 감액은 이와는 반대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