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이화여대목동병원의 남궁인 응급의학과 교수가 최근의 응급실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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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응급의료센터는 상급종합병원이나 300병상을 초과하는 종합병원 가운데 중증 응급환자 치료를 위해 정부가 정하는 의료기관으로,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야간에는 중증 환자를 사실상 혼자서 진료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궁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현재 의료 체계는 시한폭탄”이라며 “아득바득 막아내는 내 존재가 시한폭탄을 그대로 증명한다”고 적었다.
그는 의료진 부재에 따른 최근의 ‘응급실 뺑뺑이’ 사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남궁 교수는 “얼마 전 한밤중에 서울 한복판에서 교통사고가 나 젊은 환자의 팔다리가 터져나갔고 혈압이 떨어진다고 했다”며 “서울과 경기도의 모든 병원에서 거절당했다고 했다기에 수용해서 살렸다. 현재 우리나라는 (치료할 곳이 없기에) 팔과 다리가 터지면 안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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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며칠 전부터 우리 병원도 밤 근무 결원이 생겼다. 나 하나만 추가로 출근하면 응급실이 돌아가기 때문에 추가 근무에 자원했다”며 “22일은 당직표에 없던 날이지만 출근했고, 출근하자마자 부천 화재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중환자를 살렸다”고 말했다.
부천 화재는 22일 오후 부천 중동의 한 호텔에서 벌어진 화재를 말한 것으로, 이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또 남궁 교수는 과도한 업무로 올해 초 디스크가 터졌고, 최근에는 한쪽 눈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 달도 못 버틸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의료 공백이) 6개월이 넘었다”며 “이 붕괴는 확정되었다. 일말의 방법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일부러 지금 이 업무에 자원할 응급의학과 의사는 농담 같은 존재”라며 “구급차는 지역을 넘어 뺑뺑이를 돌고 의료진의 번아웃(소진)은 일상이 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