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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그래도 미국 주식이 유망할 겁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커트 레이먼 북미 수석투자전략가는 21일(현지시간) 한국투자공사(KIC) 뉴욕지사가 주관한 제47차 뉴욕국제금융협의체 회의에 나와 “궁극적으로 실질금리는 낮은 수준에서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말했다.
레이먼 전략가는 최근 금융시장 흐름을 두고 “매우 혼란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초 이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지난 1977년 이후 세 번째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대란 등에 따른 높은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 기조 전환 등으로 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먼 전략가는 다만 연준의 긴축은 예상보다는 가파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전망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며 “빠른 속도의 인상은 결국 수요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시장의 우려보다 그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실질금리는 계속 낮은 상태를 유지하며 증시를 떠받칠 것이라는 의미다.
레이먼 전략가는 특히 유럽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유럽 지역에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유럽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갈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은 (경기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금리 인상을 미루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의 이같은 통화정책 기조가 연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레이먼 전략가는 추후 6개월~1년 주식시장을 내다보면서 “신흥국 시장보다는 선진국 시장, 선진국 내에서는 유럽보다 미국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를 두고서는 “(유럽과 달리) 경제 성장률이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블랙록은 올해 1분기 미국 주식 비중을 확대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장 유망한 건 미국 주식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채권 투자에 대해서는 “금리 인상 기조를 반영해 비중 축소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잠재성장률이 높은 신흥국 채권은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신민식 뉴욕 주재 재경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공공투자기관, 증권사, 은행 등 한국 금융기관 투자 담당자들이 참석해 레이먼 전략가와 의견을 나눴다.
행사를 주관한 신용선 KIC 뉴욕지사장은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투자자들의 자산 배분 전략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향후 대응 방안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