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2층 보육원 유리창으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수소충전소 근처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보육원을 들어서 있는 것이다.
일본내 대표적 수소기업인 이와타니산업의 니노미야 다이스케 부장은 “우리 회사는 수십년 넘게 수소를 다루고 있지만 한 번도 사고가 일어난 적이 없다”며 “수소는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유출돼도 바로 기화한다. 안전 규정만 잘 지키면 기름이나 천연가스보다 훨씬 안전한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日대기업들이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이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팔걷고 나선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수소충전소 설치 사업을 민간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일본의 수소충전소 설립·운영자는 일본 최대 정유회사인 JXTG에너지, 일본 유일의 액화수소 생산기술을 가진 이와타니산업 등 에너지 분야 대기업들이다.
수소충전소를 세우는 데 드는 비용은 5억엔, 운영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이렇게 비싸게 세운 수소충전소를 이용하는 수소차는 하루 평균 10대가 넘지 않는 상황이다.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비용 절반을 정부가 보조해 준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2018년 11월 기준 일본의 수소충전소는 총 113곳이 운영 중이다.
일본 대기업들이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소충전소 설치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니노미야 부장은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게 목표”라며 “수소충전소는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했다.
이와타니산업이 꿈꾸는 수소사회는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아닌 수소를 태워 발전소를 돌리고 그렇게 생산한 전기가 일본 가정과 공장, 기업 등에 구석구석 전달되는 사회이다.
수소 사회라고 하면 대부분 수소차와 수소충전소를 떠올리지만, 사실 이는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 사회를 추진하는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보급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시민들이 도로를 달리는 수소차와 수소충전소를 통해 수소사회를 체감할 수 있어서다.
수소차와 수소충전소가 ‘수소는 위험하다’는 인식의 틀을 깨고 수소를 생활 속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교보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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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올림픽을 꿈꾸는 일본
주목할 만한 것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대량의 수소를 공급하는 공급체인(서플라이 체인)의 완성이다. 2020년은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저장, 공급·이용을 위해 지금까지 일본이 개발한 기술을 실증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근 태양광·풍력 발전소의 전기를 사용해 1만kW급 수소를 제조하는 세계 최대의 규모의 ‘후쿠시마 수소에너지 연구 필드’(FH2R)이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수소는 도쿄의 수소충전소를 통해 수소 버스, 수소차 등에 공급된다.
수소를 해외에서 대량으로 수입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도 서두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 호주 라트로베 밸리(Latorbe Valley) 갈탄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한 뒤, 액화수소 형태로 해상운송하는 프로젝트이다.
그동안 갈탄은 석탄 중에서도 가장 질이 낮은 석탄으로 활용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일본은 이 갈탄을 활용해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한 뒤 액화수소화해 배를 이용해 대량 운송하겠다는 것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이 노르웨이에서 수소발전소를 만드는 넬 하이드로진과 팀을 구성해 수소 운반용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톨루엔을 활용한 수소 운반도 내년 1월부터 실증에 들어간다. 브루나이의 석유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톨루엔에 집어넣어 운송한 뒤 이를 다시 꺼내 활용하는 방식이다. 치요다화공건설, 미쓰비시상사, 미쯔이물산, 일본선박 등 4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 중이다. 연간 210만톤(t) 규모의 수소 수입을 계획하고 있다.
리서치센터인 후지경제의 와타나베 케이타 과장은 “일본은 수소 사회를 위한 기술 개발이 거의 다 끝나고 이제 실용화를 실험하는 단계”라면서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일본의 수소 사회의 진입 속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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