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똥개도 개똥은 안 먹는다. 인분(사람의 변)은 어쩌다 먹게 됐는데, 차마 제 것을 입에 넣기는 어렵다. 깊이 생각할 것 없다. 변은 이런 것이다. 하물며 사람은 오죽할까. 피부에 닿거나 김을 쏘이는 것만으로 자칫 독이 오른다. 이걸 먹는 것은 상상만으로 괴이하다.
동의보감은 괴이한 상상을 현실로 제시한다. 갖가지 동물의 변을 활용해 사람의 병을 다스리려고 시도한다.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명저로 꼽히는 의서에 담긴 내용이니 들춰볼 만하다.(이하 조미숙 이화여대 교수 저 `동의보감에 나타난 식재료와 이용방법` 참고)
탕액(湯液· 한약을 달인 물)편 금부(禽部·새와 관련한 내용)는 12가지 새의 변을 기록한다. 노자시(가마우지 똥), 단웅계분(붉은 수탉 똥), 발합분(흰 산비둘기 똥), 백압시(흰 오리 똥), 백합분(흰 비둘기 똥), 복익분(박쥐 똥), 연시(제비 똥), 오웅계시백(오골계 수탉 흰똥), 오자계분(오골계 암탉 똥), 월연시(제비 똥), 웅장시(숫참새 똥), 응시백(매 똥) 등이 망라돼 있다.
수부(獸部·짐승)에는 낭시(이리 똥), 마시(말 똥), 모서분(숫쥐 똥), 백구시(흰개 똥), 양시(양 똥), 여시(당나귀 똥), 우분(쇠똥), 이분(살쾡이 똥), 저시(돼지 똥) 토시(토끼 똥), 호시(호랑이 및 여우 똥) 등 12가지를 다룬다. 끝으로 충부(蟲部·곤충)는 강랑(말똥구리), 구인시(지렁이 똥), 오령지(날다람쥐 똥), 잠사(누에 똥) 등 4 가지를 언급한다.
생태가 가금·가축 혹은 야생인지부터 따지고서 성별이 수컷인지 암컷인지, 외형이 희거나 붉은지 등 세분해서 기록한다. 그만큼 효능도 다양하고, 취식 방법도 여럿이다.
당나귀 똥에서 짜낸 즙은 가슴과 배가 아픈 증상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더위를 먹었거나 코피가 멈추지 않으면 말똥을 달여 먹으라고 권한다. 도마뱀을 먹인 수탉의 변을 말려서 가루내어 소주와 함께 마시면 구토를 다스리는 데 좋다고 한다. 박쥐 똥은 눈을 밝게 하고, 볶아 먹으면 결핵 치료에 효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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