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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음악과 함께 삶을 영위하는 자칭 음악광이다. 심지어 선거 유세 기간에도 토론을 앞둔 시간에 모든 안건을 제쳐둔 채 혼자 30분 동안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사람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올바른 방향으로 정리하는데 랩을 비롯한 음악에 견줄 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인 그를 만들어준 친구와 가족, 그가 추구한 가치와 이상 그리고 되살려내야 할 무수한 잊힌 목소리들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2015년 대통령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터진 테러 사건 희생자 추도식에서 직접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 순간은 역사적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그는 이 18세기 아프리카 흑인 노예 수송 역사의 산물이자 단선율의 명작을 선곡함으로써 미국 백인의 흑인에 대한 오랜 차별과 배제를 일깨웠다. 연쇄 총기 살인 사건과 증오범죄로 얼룩진 흑인 대통령 체재에서 우리는 불안하다고 핏발을 세운 백인 우파 언론의 신랄한 비판과 성토를 이 노래 한방으로 순식간에 잠재워버렸다.
이게 바로 음악의 힘이다. 오바마는 평소 “음악은 항상 우리에게, 우리를 위해 말하는 능력을 선사했고 그건 그밖에 다른 것은 할 수 없는 음악만의 힘”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그것을 단순한 위로와 쾌락으로 풀지 않고 미국 250년의 역사를 푸는 열쇠로 인식한다. “흑인 영가부터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노예가 세상에 전하는 휴머니티 메시지였다.”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미국 역사를 이해하는 최고의 접근법은 미국이란 나라를 정의해온 음악을 경청해보라는 것이다.
올해 6월 오바마 대통령 센터 개관에 맞춰 한 음악 매체에 올린 ‘우리를 만든 음악을 경배하며’라는 글은 다시 한번 사람들을 ‘역사 속의 음악’으로 인도했다. 독립전쟁, 대공황과 먼지폭풍, 민권운동 시기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주요 대중가요를 일일이 열거하면서 항상 새로움으로 달려가고 경계를 넘어 공감의 울림을 전한 것이 음악이라고 썼다. 인상적인 대목은 국내에서 서유석이 ‘철날 때도 됐지’로 번안해 부른 컨트리 가수 멀 해거드의 1969년 곡 ‘오키 프롬 머스코기’ 해설 대목이다.
월남전 시기 반전(反戰) 젊음을 지배한 마리화나, 사이키델릭, 약물 LSD를 모르는 시골 촌부의 자족을 그린 이 노래는 통상적으로 히피를 부정하는 보수적인 남부 백인의 야유로 통해왔다. 흑인의 정체성을 지닌 재즈, 블루스, 힙합의 시각에 머물지 않고 그는 ‘오키 프롬 머스코기’가 당대 청춘의 저항이 철저히 거리를 둔 미국 평민 노동자들의 노래라고 풀이했다. 그리곤 우리처럼 크고 떠들썩한 나라에서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노래를 부르는 것을 결코 전제할 수 없다는 진리를 아로새겼다는 점을 덧붙였다.
싸우는 자와 막는 자, 소외된 자와 특권층이란 편을 나누지 않고 ‘큰 미국’의 관점에서 포용하고 상호선린을 도모하는 합(合)의 시각이 담겨있다. 기막힌 중립의 표현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그의 음악관은 역사성과 균형으로 축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기고문에 이런 내용도 썼다. “음악이 유권자의 과반수를 얻을 필요는 없다. 억지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도 없고 빤한 10단계 계획을 늘어놓을 필요도 없다. 사람들이 음악 안에서 자신을 볼 수 있을 만큼 진실하기만 하면 된다. 사람들에게 그들의 공포, 투쟁, 희망과 꿈속에서 자신들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