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노이드는 세포나 조직을 생체 내에서 발생하는 것과 유사하게 3차원(3D)으로 배양한 것을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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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 질환과 연관된 조직을 오가노이드로 생성한 다음, 개발 중인 약물을 주입해 그 효능이나 부작용 등을 예측하는 스크리닝 플랫폼의 상업화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학계와 업계에서 암 분야 신약개발이나 약물 평가를 위한 오가노이드 스크리닝 기술의 성과가 속속 도출되고 있다.
지난 2월 오스트리아 월터앤엘리자홀 의약연구소(WEHI) 연구진이 대장암에서 약물의 효능을 평가하는 자체 오가노이드 플랫폼의 정확도가 83%로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리포트 메디신’에 발표했다. 30명의 대장암 환자에서 얻은 조직으로 배양한 암 오가노이드 모델로 약물의 반응성을 측정한 결과였다.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대장암 신약 후보군에 대한 임상적 연구가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크라운바이오사이언스는 전임상을 위한 오가노이드 약물 스크리닝 플랫폼 ‘오가노이드엑스플로어’(organoidXplore)를 출시했다. 이 플랫폼은 성체 줄기세포에서 배양한 여러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는 기술로 알려졌다.
회사에 따르면 오가노이드엑스플로어는 7가지 암 종에 대한 50개의 오가노이드 모델로 구성된다. 이런 암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하면, 6주 만에 그 효능을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데이터에는 약물로 인한 오가노이드의 생존율 및 이미징분석 결과 등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회사 측은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최소화해 비용 절감과 개발시간 단축이 동시에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아직 한계점도 있다. 마카릿 푸커 크라운사이언스 연구개발부문장은 “현재까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구현한 암 오가노이드 모델은 상피암이다”며 “결합조직이나 지지조직에서 발생하는 육종 또는 혈액을 떠도는 혈액암과 관련 모델이 없다”고 말했다.
이경진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딱딱한 조직을 이루는 상피암은 오가노이드로 잘 구현되고 육종이나 혈액암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며 “각국 오가노이드 전문기업들이 모두 겪는 이슈다”고 부연했다.
오가노이드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네덜란드 ‘휘브레흐트 오가노이드 테크놀로지’(HUB) 오가노이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신약 유망물질을 선정해 전임상까지 완료하는데 최소 10년 이상 소요된다. 하지만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이를 약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실제로 HUB 오가노이드는 지난 2022년 자체 오가노이드 스크리닝 모델을 통해 5년 만에 전임상까지 완료한 항암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해 개발 중이다.
국내 오가노이드사이언스도 오가노이드 스크리닝 플랫폼 ‘오디세이’를 상용화했다. 회사는 질환별로 오디세이 온코(암)과 오디세이 스킨(피부) 등으로 해당 플랫폼을 세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오디세이 온코는 인체 환경처럼 면역세포와 암세포를 오가노이드로 구성한 모델로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 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특화됐다. 이미 2022년 오디세이 온코를 통해 전임상 단계에서 효능을 평가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1종이 임상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CTO는 “오디세이 온코를 통해 발굴된 물질이 협력사 제품이어서 결과를 말할 순 없다”며 “다만 현재 임상 2상도 들어가는 등 개발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독일 람다 바이오로직스와 협력해 유럽 연합(EU) 등에서 오가노이드 스크리닝 플랫폼을 글로벌 출시하려는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2~2023년 사이 미국과 EU가 동물실험을 대체할 기술적 대안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2022년 12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동물실험 데이터 없이 의약품의 신규허가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화장품법’을 개정했다. 지난해 8월 EU 집행위원회는 “모든 동물 실험을 폐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2025년에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에 따르면 동물실험으로 사라지는 동물의 수는 세계적으로 매년 약 1억1500만 마리로 알려졌다. 오가노이드와 같은 세포 기반 스크리닝과 생체조직칩으로 대표되는 ‘미세생리시스템’(MPS) 스크리닝 등의 기술이 동물실험의 대안이 될 전망이다.
동물대체 시험법 개발 업계 관계자는 “오가노이드나 MPS 등 모두 신약개발이나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규제적인 논의가 여전히 미비하다”며 “물론 산업적으로는 모든 질환에 쓸 모델의 개발과 안정적인 품질을 보장할 대량생산 체계 등이 고도화돼야 기존 동물실험 시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CTO는 “‘첨생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서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임상 1상 진입을 시도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가이드라인도 같이 논의하고 있다”며 “정부과제 3년짜리로 진행하는 것으로 올해 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처럼 오가노이드 업계가 관련 물질이나 기술을 개발하고 정부가 이를 확인하면서 관련 규제를 마련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