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미국 제약사 암젠이 개발한 자가면역질환치료제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이 63억70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7조5166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매출 11위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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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브렐의 성분인 에타너셉트는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면역글로블린 항체인 ‘IgG1’의 말단에 ‘종양괴사인자알파(TNF)’ 수용체를 발현시킨 융합 단백질이다. TNF는 체내 여러 염증이나 면역 활성 관련 신호전달물질로 면역세포인 대식세포나 림프구 등에서 생성된다. 에타너셉트 위에 있는 가용성 TNF수용체가 TNF와 결합하면 이 물질이 비활성화되고 염증 등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에타너셉트의 초기 물질(프로토타입)은 브루스 보이틀러 미국 텍사스주립대 교수(201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가 1980년대 말에 개발했다. 브루스 교수는 당시 이 물질에 대한 특허를 미국 생명공학기업 이뮤넥스(Immunex)에 판매했다. 이뮤넥스가 에타너셉트를 완성해 1989년 9월 미국에서 첫 특허를 획득했다.
이뮤넥스는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중증도에서 중증 류마티스관절염(1998년) 및 중증도에서 중증의 다관절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1999년) 등의 적응증으로 에타너셉트의 판매 승인을 받고 엔브렐이란 제품명으로 출시했다. 이 약물은 2000년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중증도에서 중증의 활동성 류마티스관절염을 적응증으로 승인을 받다.
2002년 암젠이 이뮤넥스를 인수하면서 엔브렐의 소유권을 획득했다. 현재는 미국과 유럽에서 강직성 척추염, 중증도에서 중증 판산 건선 등 여러 적응증에 추가로 승인을 받고 판매되는 중이다. 북미(미국 및 캐나다) 지역은 암젠이, 일본은 다케다파마슈티컬스가 엔브렐의 판매를 맡고 있으며 이 두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판권은 미국 화이자가 보유하고 있다.
엔브렐의 물질 특허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주요국에서 2012년 10월에 만료됐다. 미국에서는 추가 특허가 부여돼 2029년까지 물질특허가 유지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서 엔브렐의 바시밀시밀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3년 인도 제약사 시플라가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로는 최초로 ‘에타셉트’를 개발해 자국 내 판매 승인을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브렌시스’를 개발해 2015년 식품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이듬해에는 EMA에서 유럽 내 제품명인 ‘베네팔리’란 이름으로 판매 승인을 받아 냈다. 스위스 노바티스 자회사 산도스의 ‘에렐지’도 2017년 EMA로부터 판매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LG화학(051910)도 유셉트를 개발해 2018년 식약처와 일본 의약당국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을 제외한 각 국에서 출시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인 미국 내 엔브렐의 물질 특허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매출에서 큰 변동이 나타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2016년 FDA로부터 에렐지의 판매 승인을 얻어낸 산도스가 암젠의 독점적 특허를 무효화하기 위한 소송에 돌입한 바 있다. 하지만 2019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자국 내 엔브렐의 특허권을 2029년까지 인정하기로 최종 판결을 내리면서 패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