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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VIP가 먹여살린 K백화점…'4조 호황'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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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I 2026.09.04 04: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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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①서용구 숙명여대 교수
상위 13개 점포가 매출 58% 차지
중소형 점포는 실적 저조 ‘양극화’
F&B·웰니스 등 매출원 다변화를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외국인 관광객 수요와 명품 판매 급증에 힘입은 지금의 K백화점 호황은 과연 지속가능할까.

백화점은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근대 소매업태이자, 지금도 국내 오프라인 유통의 핵심 축이다. 올해 상반기 주요 백화점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고, 9년 연속 1위를 지킨 신세계 강남점은 연매출 4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도쿄 이세탄, 런던 해러즈 등 세계 최상위권 백화점과 매출 규모나 상징성 면에서 어깨를 견주는 초유의 사례다.

그러나 산업 전체의 모습은 정반대다. 지난해 5대 백화점 65개 점포 가운데 37곳이 역성장했다. 업계 합산 매출은 3.4% 늘었지만 온기는 소수에만 미쳤다. 1조원 이상을 올린 13개 점포의 매출은 7.1% 급증해 전체의 58.4%를 차지했다. 강남점이 질주하는 동안 AK 분당점은 13.1%, 롯데 구리점은 9.5% 뒷걸음쳤다.

상위권 점포의 성장을 떠받치는 소비 구조도 불안 요인이다. 강남점은 매출의 40%를 명품이 차지하고 올해 처음 VIP 매출 비중도 52%를 넘어섰다. 지금의 호황을 경기 회복보다 소비 양극화의 산물에 가깝다고 보는 이유다. 명품 매출은 브랜드의 출점·가격 전략과 자산시장 흐름, 방한 외국인 규모에 좌우된다. 모두 백화점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F&B와 리빙·가전, 웰니스, K컬처 등 비명품 카테고리를 키워 매출원을 다변화해야 한다. 컨템포러리 럭셔리와 K뷰티,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로 중산층과 MZ세대까지 저변을 넓히는 일도 필요하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과 해외 직구, 리셀 시장의 성장으로 백화점의 상품 경쟁력도 예전 같지 않다. 같은 상품을 파는 것만으로는 고객을 점포까지 끌어들이기 어렵다.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 중요해진 이유다. 판매 공간을 넘어 체류형 콘텐츠 플랫폼으로 바꿔가는 작업이 시급하다.

강남점의 4조원 도전은 분명 한국 백화점의 저력이다. 그러나 절반이 넘는 점포가 역신장한다는 사실은 이 성공이 산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뜻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지금 한국 백화점은 초대형 점포의 글로벌화와 중소형 점포의 생존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점포 양극화와 명품 의존, 콘텐츠 혁신 정체라는 세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소수의 랜드마크 점포와 다수의 소멸하는 중소점포로 갈라지는 이중구조를 피하기 어렵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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