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계엄 가담 부대들의 공통점…통수권 수호 위한 '친위부대'[김관용의 軍界一學]

김관용 기자I 2025.01.26 13:00:00

한국군 통수권, 대통령 정점으로 국방부장관 경유
합참의장은 군령권, 각 군 참모총장은 군정권 실행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들, 통수체계 벗어나 있어
방첩사·정보사, 장관이 지휘…수방사·특전사 ''특수임무''
文 국방개혁 2.0, 국직부대 개편 시도했지만 실패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군의 통수(統帥) 체계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그 정점에 있고, 군령과 군정이 분리돼 있습니다. 대통령의 국군 통수권은 국방부장관을 경유해 군령과 군정으로 나눠 시행되는데, 군 작전을 지휘·통제하는 명령권, 즉 ‘용병(用兵)’의 권한은 합동참모의장 을 통해 이뤄집니다. 군대의 인사·군수·교육 등에 대한 지휘·통제 권한, 즉 ‘양병(養兵)’은 각군 참모총장을 통해 시행됩니다. 직접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통수권체계의 정점에 두고 국방부장관의 신분을 민간인으로 제한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선출된 권력에 의한 문민통제’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군사 쿠데타’ 방지 측면에서 보면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이외에는 누구도 군령과 군정 양대 계선을 장악할 수 없기 때문에 불법적 병력 동원이나 군사행동을 시도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스스로 도모하는 친위 쿠데타를 방지할 명시적인 수단이 국방부나 군 내부에는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해 10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 관람 무대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던 중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위 쿠데타’에 취약한 한국군 통수체계

이같은 구조 속에서 우리 군의 군령과 군정 체계에 벗어나 있는 조직들이 있습니다. 육·해·공군 소속이 아닌, 부대 이름 앞에 ‘국군’이나 ‘국방’이 붙어있는 이른바 국방부 직할부대(기관)입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핵심 부대인 국군방첩사령부, 국군정보사령부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국방부장관이 직접 지휘하는 부대입니다. 기존의 군령 계선에 의한 합참의장의 통제와 군정 계선에 의한 총장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부대들이라는 얘기입니다. ‘친위 쿠데타’ 기도 세력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도구인 셈입니다.

또 다른 계엄 주도 부대인 수도방위사령부와 특수전사령부는 합참의장의 작전통제를 받으면서, 육군참모총장이 군정권을 행사하는 부대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 부대들은 소위 ‘통수권 수호’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식하는 곳들입니다.

실제로 수방사는 부대설치령에서 수도를 방위하기 위한 부대이면서도 ’특정경비구역‘ 경비를 위한 부대라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특정경비구역은 국가원수가 위치하는 지역으로, 경호를 위해 필요한 상당한 범위 내의 지역을 의미합니다. 수방사가 예하 제33군사경찰경호대를 대통령 경호 임무 부대로 운용하고, 제55경비단을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에 투입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특전사 역시 육군의 특수전을 수행하기 위해 만든 부대지만, 별동부대 처럼 운용됩니다. 그 임무가 유사시 적진에 깊숙히 침투해 △게릴라전 및 민사심리전 △수색·특수정찰 △요인암살 및 납치 △인질구출 △주요시설 폭파 △병참선 교란 등 말 그대로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특전사는 각종 국가행사나 해외 귀빈(VIP)의 방한 때마다 경호와 각종 시범을 보여주는 부대로 돼 있습니다. 통수권 보호의 선두에 있는 부대로 보여지는 대목입니다.

또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 하기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 북측에 드론을 날려 보내고 전단을 띄웠다고 의심받는 드론작전사령부나 국군심리전단도 국방부 직할부대입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영장집행 당시 ‘인간띠’로 동원됐다고 논란이 된 수방사 병력들(사진=뉴스1)
◇文정부 국직부대 개혁 추진했지만 ‘실패’

이같이 기존 군령·군정 체계 밖에 있는 부대들의 가장 큰 문제는 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점입니다. 국방장관의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부대 및 기관은 30여 곳에 달합니다. 하지만 장관이나 차관이 직접 해당 부대 지휘관 및 기관장들의 이·취임식에 참석해 임명장을 수여하고 지휘지침을 전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현안 업무에 바쁜 국방부가 예하 부대 일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국방부 직할부대 및 기관들이 각각의 이유로 늘어났는데, 부대 관리 문제 등으로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이들 부대의 통·폐합을 추진합니다. 조직 효율화와 합동성 강화, 적정 지휘범위 보장 등을 개혁 목표로 설정하고 국방부 직속 부대와 기관을 10개 안팎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각 부대와 기관들이 설립 취지와 필요성 등 조직 논리를 내세우며 맞서 결국 대부분이 존속하게 됐습니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없어지긴 했지만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새롭게 창설돼 사실상 같은 임무를 수행했고, 현 정부들어 방첩사로 간판만 바꿔달았습니다. 국방전비태세검열단과 국군사이버사령부는 합참으로 소속만 변경했을 뿐입니다.

여석주 전 국방정책실장은 “친위 쿠데타를 포함한 유사 사태의 재 발을 방지하고 국군통수권 체계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국직부대에 대한 지휘체계, 편성, 운용 등 다각적인 개편과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