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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A씨는 그의 SNS에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해 줄게”라는 글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되어 누리꾼들은 그가 작업한 애니메이션 영상물에 ‘특정 손 모양’의 혐오 표현이 들어갔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후 메이플 스토리 엔젤릭버스터의 캐릭터 ‘엔버’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문제가 됐고, 비슷한 의심 사례가 많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넥슨에서는 책임급 인사들이 직접 나서 ‘법적 조치’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된 장면은 40대 남성 애니메이터인 B씨가 작업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장면을 연출한 김상진 감독은 실명을 걸고 경향신문에 직접 나서서 문제의 장면은 “엔버가 왼쪽 손으로 반쪽짜리 하트를 만들면 여기에서 하트가 나오는 장면”이라며 남성 혐오를 뜻하는 ‘집게 손’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논란은 A 애니메이터의 ‘페미니즘 SNS’가 발견되며 확신범으로 취급 받았지만, 이 장면의 콘티를 그린 B씨는 페미니즘 사상을 가졌는지 확인된 적도, 그가 스스로 드러낸 적도 없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유명 애니메이션 ‘아바타-아앙의 전설’로 59회 에미상을 받은 베테랑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작업 과정에서 특정 사상이 교묘하게 들어갈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콘티, 1원화 작업, 2원화 작업, 작화 감독, 동화·스캔, 색 지정, 촬영 등 과정을 거치며 4차례 이상 검수를 거쳐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문제 삼았던 넥슨에서도 콘티를 포함해 8차례 이상 확인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김 감독은 “커뮤니티의 음모론이 말이 되려면 트위터 아이디도 없고 손가락이 무슨 의미인지, 페미니즘이 뭔지도 모르는 제가 집게손가락을 음흉하게 넣었어야 한다. 거기에 넥슨도 동의했어야 하는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너무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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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장선영 대표는 A애니메이터가 퇴사했다는 입장문을 밝힌 것에 대해 “뿌리 전체 매출의 80퍼센트가 넥슨과 넥슨 계열사들에서 나온다. 디렉터가 강경 대응 메시지를 내고, 법무팀을 보내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별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며 “칼부림 같은 끔찍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전을 위해 A씨와 합의한 뒤 2차 입장문을 올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