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존제약은 지난달 최초 임상결과 공시에서 시험군과 대조군 모두에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를 투약했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비보존제약은 지난 6일 정정공시에서 시험군과 대조군이 모두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를 투약했다는 점을 명시했다.
오피란제린은 통증 및 신경과학 전문가로 알려진 이두현 비보존 제약 회장이 직접 발굴하고 개발까지 나선 치료제다. 현재 비보존 제약(082800)은 오피란제린 개발을 위해 수차례 인수합병(M&A)으로 골격이 완성된 기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 과정이 꼼수의 연속이었다고 비판한다. 논란을 안고서까지 오피란제린 개발을 한 만큼 이 회장이 이 치료제 성공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1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08년 비보존을 창업하면서 오피란제린 개발 꿈을 키웠다. 그는 1961년생으로 고려대 심리학과 생물심리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통증 및 신경과학을 연구했다. 이후 10여년간 암젠, 존슨앤드존슨, 일라이 릴리 등에서 진통제 개발에 참여했다. 직접 진통제 개발에 나선 것은 2008년 비보존을 설립하면서부터다.
이 회장은 비보존을 설립해 다중타깃 약물 개발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고, 관련 신물질을 제시하면서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 개발 계기를 마련했다. 오피란제린은 중추와 말초에서 동시에 이중적 작용을 함으로써, 개선된 통증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이를 통해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에 버금가는 진통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마약성 진통제는 현재 통증 치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통증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큰 제품이다. 수술 후 통증 완화, 암 통증 완화 및 중등도 이상의 중증 통증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약물로 전체 진통제 시장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오피오이드는 호흡 등 여러 부작용과 함께 마약 중독 우려, 과투여시 사망할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어 비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니즈가 크다. 이 회장이 오피란제린 개발에 혈안이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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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직상장 실패...돌아선 에스텍파마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를 표방하는 오피란제린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섰다. 2014년 12월 에스텍파마는 ‘비마약성 진통제 공동연구’ 업무 협약을 맺으면서, 비보존 주식 57만 1429주(9.18%)를 취득했다. 이후 지속된 지분 참여로 2015년 139만2771주(22.4%)를 추가 획득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에스텍파마의 비보존 투자 금액은 약 123억원이다. 2016년에는 텔콘이 비보존 주식 199만주(31.8%)와 신주인수권증권 200만주를 취득하기 위해 260억원을 투자했다.
오피란제린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둔 2019년 비보존 시가총액은 한때 약 2조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에스텍파마는 2019년부터 비보존 지분을 대량 처분하기 시작했다. 기술특례상장을 노렸던 비보존이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시점과 맞물린다. 특히 이 회장은 직상장이 어려워지자 루미마이크로를 통한 우회상장을 추진했으나 생각보다 기간이 길어졌다. 여기에 오피란제린 임상 3상도 실패(일차 지표인 12시간 통증면적합의 통계 유의성 미확보)로 귀결되면서 든든했던 우군이 돌아섰던 것으로 풀이된다.
◇루미마이크로부터 볼티아까지, 꼼수로 완성된 비보존제약
직상장에 실패한 뒤 임상 3상까지 물거품이 되자 더 이상 직상장을 추진할 수 없었던 이 회장은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사 루미마이크로 인수를 통한 우회상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회장은 2019년 12월 루미마이크로를 인수하게 되는데, 사실상 무자본 인수합병(M&A)이라는 시각이 크다. 이 회장은 개인회사인 볼티아와 비보존을 통해 약 350억원을 조달했고, 루미마이크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인수를 성사시켰다. 볼티아는 비보존 주식 75만주를 담보로 200억원을, 비보존은 보유자금 150억원을 투입했다. 루미마이크로는 비보존에 인수된 뒤 비보존헬스케어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 회장은 2020년 9월에는 비보존헬스케어를 통해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을 인수했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은 1938년 설립(경성약품)된 제약사로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인증을 획득한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이 회장이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인수를 추진한 것은 오피란제린 상용화시 생산 공급을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은 당시 의약품 불법 제조 이슈가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인수해 많은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이 문제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탈퇴까지 이르렀고, 이후에도 의약품 불순물 문제로 속앓이를 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 회장이 주주들과 소통을 외면하면서 개인주주들의 극심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역시 인수된 후 2021년 1월 사명을 비보존제약으로 변경했다. 2022년 4월에는 볼티어가 비보존 헬스케어의 제3자 유상증자(582억원 규모)에 단독으로 참여했고, 볼티어는 비보존 헬스케어 최대주주(30.52%)로 올라섰다. 볼티어는 이 회장 개인회사로 매출이 0원인 회사다. 2022년 11월에는 비보존 헬스케어가 자회사인 비보존제약을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비보존 제약으로 변경했다. 따라서 현재 비보존제약은 볼티아가 지분 30.52%로 최대주주이며, ㈜비보존은 기타특수관계인으로 지분 9.78%를 보유 중이다. 결국 이 회장은 2019년 오피란제린 임상 3상 실패 이후 재도전에 나서 최근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했다는 3상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공시 등 정보공개와 관련해 논란이 일었고, 오피란제린이 상용화되더라도 현재 마약성 진통제 시장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