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구멍가게들은 1990년 후반을 시작으로 급속도로 쇠퇴했다. 대형마트들이 문을 열면서 소비자들이 생활필수품을 마트에서 대량으로 저렴하게 조달함에 따라 구멍가게를 찾을 이유가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 바로 편의점이다. 그나마 담배, 라면 1~2봉을 사려 구멍가게에 들렀던 소비자들은 골목까지 들어선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렸고 결국 구멍가게들은 업종을 전환하거나 대부분은 문을 닫게 된다.
하지만 편의점이 처음부터 구멍가게를 위협한 것은 아니었다. 편의점이 처음 국내에 등장할 때만하더라도 지금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방문해 간단히 끼니를 떼우거나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편의점은 트렌드를 주도하는 부유한 젊은이들이 찾는 약속의 장소 겸 데이트 코스였다.
|
편의점의 대중화는 1988년 치뤄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본격화 된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선수단과 외신 기자들을 위해 건설됐던 선수촌은 분양을 통해 서울 올림픽 이듬해부터 일반인에게 분양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거듭났다.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서울 송파구 오륜동의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다.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중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중산층 이상이 모여들어 부촌을 형성했다. 자연스럽게 단지 구성원들은 소득 수준이 높았을 뿐아니라 외국식 소비문화에도 익숙했다. 이 점을 고려해 동화기업은 미국 사우스랜드사와 제휴해 편의점 운영사 ‘코리아세븐’을 설립하고 1989년 세븐일레븐 1호점인 ‘올림픽점’을 열었다.
당시 세븐일레븐이 판매한 걸프와 슬러피는 낯선 서양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걸프는 대형 종이컵에 탄산음료를 담아 먹는 음료이고 슬러피는 얼음 및 주스를 섞어 만든 슬러쉬다.
|
이에 따라 1990년 대에 들어서 편의점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1990년 보광그룹의 훼미리마트(현 CU)와 미원통상의 미니스톱, LG유통(현 GS리테일의 전신)의 LG25(현 GS25) 등이 잇달아 편의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일본의 로손, 미국의 AM PM, 서클K 등의 브랜드들도 편의점 전쟁에 뛰어들었다.
롯데세븐을 폐점하며 편의점 사업에 손을 뗐던 롯데쇼핑은 1994년 코리아세븐을 인수하며 다시금 전선에 합류했다. 2010년에는 바이더웨이를 인수해 몸집을 키웠고 지난해 바이더웨이를 코리아세븐이 흡수합병하며 세븐일레븐으로 통합된다.
1993년 전국 편의점 수는 1000개로 늘어났고 2013년엔 1만점을 돌파했다. 지난 2018년 기준 편의점 수는 3만8451개로 현재는 4만 여개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자 편의점들 간에도 모객을 위해 서비스 차별화에 들어갔다. 2000년부터는 현금자동입출기(ATM)를 매장에 도입하기 시작했고 택배 서비스도 개시했다. 단순 식료품 및 생필품을 넘어 상비의약품과 원두커피를 팔며 카페와 약국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현재는 배달 앱을 통한 배달 서비스와 와인 픽업 서비스 등도 진행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 국내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상점보다는 지금의 카페처럼 문화 공간이란 이미지가 더욱 강했다”며 “현재는 편의점 업계도 포화상태에 진입해 매장 수 경쟁보다는 다각화 된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의 일상 생활 전부를 책임질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