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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왜 이재명에 `후퇴`를 요구하나[국회기자24시]

이상원 기자I 2022.06.18 15:00:00

초·재선 이어 당내 원로까지 `후퇴` 주장
`전대 불출마` 요구 속…세대교체론 바람
李의 당권 포기…`팬덤 정치` 약화 효과도
사실상 이재명 `대안 無`…대항마 찾아야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책임 있는 후보와 문재인 5년 정부에 크게 책임 있는 분들은 2선으로 물러서야 한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의 `대선·지방선거 평가 및 제안 토론회` 내 평가였다. 민주당은 지난 3·9 대선과 6·1 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분석하며 `반성문`을 써내려가기 시작한 가운데 쇄신을 재차 다짐했다. 그리고 근본적 변화를 위해 이재명 의원의 일보 후퇴를 요청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4일 오후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아트센터 인근에서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명 책임론` 여전…세대교체론 바람 부는 민주당

지방선거 직후에 일었던 `이재명 책임론`은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잇따른 토론회 속 이 의원에 대한 책임은 “명백하다”는 평가다.

지난 15일 오전 8시부터 정치행동·정책의견 그룹 `더좋은미래`(더미래)를 시작으로 `더민초`, 재선 의원 모임까지 민주당 각계 모임은 한 시간 간격으로 미뤄둔 선거 평가에 나섰다. 이들은 패배 요인을 단순 개인 차원으로 돌릴 수 없다고 판단, 복합적 차원에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이 의원에 대한 책임에 대해선 입을 모았다.

`더미래`의 의견을 수렴해 대표 발제자로 나선 김기식 더미래 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 하의 민심이반이나 구도 문제만 탓할 수는 없다. (이재명) 후보의 책임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대장동 의혹과 법인카드 논란 등이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지 못한 결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재선 모임의 신동근 의원도 대선 전략을 `실패`로 규정하며 충분한 비전과 경쟁력을 이 의원이 보여주지 못한 데에 책임을 물었다. 불리한 구도 속 극복하지 못한 것은 이 의원의 `한계`였다는 설명이다. 비공개로 진행됐던 `더민초` 토론회에서도 대선 패배 이후 두 달 만에 어떠한 설명도 없이 `불도저`급으로 이뤄진 이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터져 나왔다고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대표인 기동민(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준호 의원, 김기식 더좋은미래 연구소 소장, 기동민 의원, 송갑석 의원, 오기형 의원.(사진=연합뉴스)
이들의 목소리는 곧 이 의원 퇴진과 함께 새로운 리더의 추앙으로 이어졌다.

지난 16일 `더미래`는 전날 선거 패배 평가 토론회에 이어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8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가치와 의제, 그리고 인물의 부상을 통해 당의 얼굴과 중심을 바꿔내야 한다”며 “지금 변하지 못하면, 유권자의 선택은 굳어질 것이고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의 당권 도전 포기를 에둘러 요청한 셈이다.

원로들 또한 이 의원의 `2선 후퇴론`을 주장했다. 같은 날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마련한 당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문희상 상임고문은 “책임 문제를 분명하게 규명하는 게 민주정당의 기본”이라며 “책임질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안다. 후보로 나간 사람은 졌으니까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 의원을 직격했다.

이에 친문(친문재인)·친명(친이재명)을 떠나 `97 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주자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 쇄신과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시켜야 한다는 세대교체론 바람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근본적인 쇄신을 위해서는 `86 그룹`을 포함한 중진 중심의 리더십을 탈피해 새로운 가치를 실현할 `젊은 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97 그룹`의 대표 주자로는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전재수(가나다 순) 의원이 거론된다.

◇`팬덤 정치` 결별 요구 속 `無 대안`의 민주당

세대교체론과 함께 `팬덤 정치`와의 결별은 민주당의 또 다른 극복 사안으로 꼽힌다. 특히 대선 이후 민주당의 새로운 강성 지지층으로 급부상해 2030 여성을 위주로 이뤄진 `개딸`(개혁의 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그 중심에 있는 이 의원의 퇴진이 곧 일부 강성 지지층과의 결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 또한 힘이 실리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모든 `개딸`이 폭력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만약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와서 당 대표가 됐을 경우 강성 지지자들에 의해 당이 휘둘리진 않을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 중진 의원은 “당내 선거에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누구를 뽑고 뽑지 마라라는 얘기까지 한다”며 “이 의원의 출마는 곧 강성 지지자의 정치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이 근본적으로 쇄신하기 위해선 이 의원의 불출마와 함께 강성 지지층과의 연결고리를 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국회의원 보궐선거(인천 계양을) 출마 기자회견에서 한 지지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민주당엔 여전히 `이재명 대안`이라는 과제는 남아 있다. 이 의원에 대적할만한 민주당을 대표할 만한 인물이 부재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민심 또한 이를 보여준다.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 11~13일 사흘 간 전국 성인 1025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해 1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의원(29.3%), 오세훈 시장(23.9%), 한동훈 장관(15.1%)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분류했을 때도 30대와 6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이 의원의 지지율이 우세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계파 색이 옅은 한 초선 의원은 “이 의원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민주당을 이끌 리더십을 보이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며 “전당대회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의원의 대항마가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지금 이 상황을 당내 세력 다툼으로만 보면 민주당은 큰 방향을 잃는 것”이라면서 “국민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지금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만한 리더가 누구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지지자가 이탈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두려워할 만한 사람이 나오는 것이 맞다”며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이 의원의 출마는 자연스러운 것”이라 전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위기 극복을 위한 평가토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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