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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00년대 초반 경기침체와 기업의 고용여력 위축으로 청년층 취업난이 심각했던 이른바 ‘청년 취업 빙하기’를 겪었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청년층의 취업 여건이 악화하면서 기업의 신규채용 여력도 위축됐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자 고용을 확대하되 청년층의 일자리 진입을 가로막지 않고 기업의 인력운용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정책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일본은 2004년 법 개정을 통해 법정 정년을 일률적으로 연장하는 대신 재고용과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 세 가지 방안 가운데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법정 정년은 1998년부터 60세로 유지하면서 65세까지 고용기회를 확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업별 인력구조와 경영 여건이 다른 점을 고려해 하나의 방식만 강제하지 않고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둔 것이 특징이다.
제도는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일본은 2000년 65세 고용확보 조치를 기업의 노력 의무로 규정한 뒤 2006년부터 적용 연령을 순차적으로 높이며 의무화를 추진했다. 당시에는 노사 협의나 취업규칙을 통해 재고용 대상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의 부담을 조절했다. 이후 2013년 희망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하도록 의무화했으며, 경과조치를 거쳐 2025년 전면 적용했다.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를 도입한 뒤 희망자 전원 재고용을 의무화하기까지 약 25년을 들여 기업이 제도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확보했다.
고용연장에 따른 부담을 노사정이 나눠 진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근로자는 정년 전 최고 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수용하고, 기업은 재고용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 및 생애경력개발을 추진했다. 일본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재고용 근로자의 임금은 정년 직전 대비 평균 68.4% 수준이었다. 정부는 재고용에 따른 임금 감소분 일부를 지원하는 ‘고연령고용계속급부’ 제도를 통해 근로자의 소득 감소 부담을 완화했다. 고령자 고용을 기업에만 맡기거나 근로자에게만 양보를 요구하는 대신 정책 지원을 결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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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업은 정년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정년 이전부터 여러 차례 면담을 진행한다. 근로자의 건강 상태와 전문성, 조직의 인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합한 직무를 설계하고 기여도에 맞춰 처우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기존 직책과 임금을 유지한 채 근무기간만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역량과 기업의 필요를 함께 고려해 재고용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다.
일본은 임금체계 개편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2007년 노동계약법에 사회적 합리성이 인정되는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규정을 명문화해 일정한 요건 아래 노사 개별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고령자 고용 확대에 필요한 임금체계 조정과 인사제도 개선을 뒷받침하려는 취지다. 경총은 이러한 제도적 지원과 기업의 직무 재설계가 고령 인력의 지속적인 활용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경총은 한국의 정년연장 논의에서도 고령자 고용 확대라는 목표뿐 아니라 청년층의 취업 여건과 기업의 수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인구구조 변화로 고령 인력 활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 저성장에 따른 고용창출력 둔화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청년층의 구직 기간이 길어지고 ‘쉬었음’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법정 정년을 일률적으로 연장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신규채용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정년만 연장하고 임금체계와 직무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기업의 고용 부담이 커지는 반면, 고령 근로자의 숙련과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직무와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를 정비하고 근로자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역할을 설계해야 고령자 고용 확대가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금체계 개편으로 확보한 재원을 재고용 근로자의 처우 개선이나 신규채용에 활용하는 방식도 지속가능한 고용 구조를 만드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상철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우리 노동시장의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한 해결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정년만 일률적으로 연장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 고용 위축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률적인 법정 정년연장 논의에서 벗어나 청년고용과의 충돌을 방지하고 기업의 자율적 선택권을 보장하는 재고용 중심의 유연한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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