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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피부관광’에 강남 땅 ‘들썩’…피부과 핵심 메카된 비결

최정희 기자I 2025.03.27 05:30:00

권인중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황성필 부장 인터뷰
"피부과, 강남으로…성형외과, 임대료 더 싼 신사로"
피부 관광 '명동·홍대' 상권으로 확장, 대로변 고층 빌딩 대거 입주
"내 건물 '피부과'로 채워달라"…건물 1층 '피부과'도 긍정적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4일 오후 홍대입구 사거리, 고개를 끝까지 들어야 건물 꼭대기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고층 빌딩에는 층별로 피부과들이 꽉 들어차 있다. 캐리어를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20대 외국인 여성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버튼을 누른다. 3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입간판에는 중국어, 일본어로 각 시술당 비용이 얼마인지 쓰여져 있다. 외국인 직원들은 이들의 국적, 사용하는 언어에 맞춰 응대한다. 한 피부과는 외국인 전용 매장을 별도로 운영, 한국인은 옆 건물 매장을 이용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홍대입구 사거리 주변에는 비즈니스 호텔들이 자리해 외국인들은 피부과 시술을 마치고 바로 호텔로 이동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동선이 짜여져 있다.

24일 홍대입구 사거리 ‘H-CUBE’ 건물에 위치한 예쁨주의쁨 글로벌센터에선 외국인 상대로만 피부과 시술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최정희 이데일리 기자)
외국인들의 ‘K-피부관광’이 우리나라 메디컬 상권을 바꿔놓고 있다. 외국인들의 성형 관광이 3년 전부터 피부 관광으로 옮겨가면서 메디컬 상권의 핵심 메카이자 가장 임대료가 비싼 강남에 피부과가 들어가고, 임대료를 감당 못한 성형외과는 신사로 빠지는 분위기다. 강남 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관광을 하는 명동, 홍대 대로변에도 피부과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매출 호조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게 된 피부과는 이제 건물의 간판인 1층까지 노리는 분위기다.

◇ ‘피부 관광’ 수요 더 늘어난다…연평균 30% 넘게 성장

권인중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리테일 임대 자문 이사는 최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강남은 성형외과, 피부과가 밀집돼 있는 상권인데 지금은 강남에 있던 성형외과가 신사동으로, 신사동에 있던 피부과가 강남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피부과는 매출이 늘어나면서 메인 상권인 강남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권인중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리테일 임대자문 이사(왼쪽)와 황성필 메디컬 임대자문팀 부장(출처=쿠시먼)
피부과 매출이 올라가고 강남 등 메인상권으로 진입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피부과가 들어선 건물의 임대료도 상승하고 있다. 권 이사는 “코로나 때 강남의 전용평당 임대료 최고가는 35만원이었는데 지금은 40만원 넘어간다”며 “피부과는 평수 늘리기를 원해 40만원, 45만원도 낸다고 하지만 성형외과는 이 수준의 임대료로는 버티기 어렵다. 반면 신사는 최고가가 32만원이라 성형외과들은 신사로 밀려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건물주들도 건물 전체를 피부과 등 클리닉으로 채워달라고 요구하거나 건물의 간판인 1층에 피부과를 내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분위기다. 권 이사는 “건물주들은 예전엔 환자들이 왔다갔다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1층으로 병원을 생각하지 않았으나 1층을 피부과 고객 대기실로 활용하면 환자가 오간다는 느낌이 덜해 긍정적인 편”이라며 “특히 1층의 임대료는 상층부의 5배 수준인데 피부과는 이를 감내할 능력이 되는 데다 피부과 입장에선 홍보효과도 커 선호가 높다”고 밝혔다.

쿠시먼에 따르면 국내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 규모는 2018년 4억 8170만달러에서 2031년에는 81억 8013억달러로 연평균 30.3% 성장할 전망이다. 피부과 시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권 이사는 “피부과 시술을 원하는 남성의 수요가 늘어났다”며 “과거 남성의 비중은 3%였는데 최근 15%까지 늘어나 5배 성장했다”고 짚었다. 이어 “피부과 시술 비용이 낮아지면서 ‘화장품 사지 말고 피부과 시술 한 번 받으라’는 모토로 변화하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화장품을 사러 올리브영에 많이 가는데 이들은 피부에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고, 피부과에 올 수 있는 잠재 고객”이라고 말했다. 황성필 쿠시먼 메디컬 임차자문팀 부장은 “피부과는 붓기 빼는 약품, 기능성 화장품 등으로 단순 시술을 넘어 파생시킬 수 있는 분야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3분기에 중국 단체 관광객의 비자를 한시 면제한다고 밝히면서 이들 역시 ‘피부 관광’으로 몰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권 이사는 “피부과 등 클리닉들은 중국 매출이 다 돌아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국 관광객이 유입되면 이 시장은 매출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부과들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예쁨주의쁨’ 피부과는 우리나라 최초로 외국인 고객 전용 상담센터를 만들고 스티커 사진, 인형뽑기 기계, 코스메틱 행사, 유튜버 촬영장소 등을 갖춰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황 부장은 “SNS로 현지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홍보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젊은 층들이 직접 여행을 와 SNS에서 본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대입구 H-CUBE 빌딩은 건물 대부분이 피부과로 채워져 있다.(사진=최정희 이데일리 기자)


◇ ‘바닥면적 최소 100평’은 돼야…대로변 대형빌딩 상권

다만 메디컬 상권이 형성되는 데도 조건이 있다. 명동, 홍대는 관광객 유입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관심사인 피부과도 함께 들어선 경우인데 대로변 대형 건물의 등장과 주변 호텔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권 이사는 “강남에 피부과 등 클리닉이 발달한 것은 강남대로변에 대형 빌딩이 많고, 바닥 면적이 넓어 클리닉이 들어가기 적합했기 때문”이라며 “각종 장비와 고객 대기실을 감안하면 바닥 한 층의 바닥면적이 최소 70평, 100평은 나와야 한다. 명동 등은 50평에 불과했지만 명동 대로변에도 대형빌딩이 생기면서 병원이 진입할 수 있는 장소가 생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은 코로나 때 호텔이 주거시설로 바뀌었지만 명동, 홍대는 호텔이 계속 버텼고 신규로도 공급되면서 관광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었던 것도 주효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강남, 명동, 홍대별로도 주요 고객층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권 이사는 “강남은 중국인 중심으로 객단가가 높은 고객들이 오고, 명동은 일본인 중심으로 단일 시술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은 반면 홍대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젊은 층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피부과 시술 비용이 우리나라보다 2~4배 비싸 비행기표 끊고 시술받고 관광해도 일본에서 피부과 시술을 받는 것보다 더 저렴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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