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예측 어긋나는 경우 잦아져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A형 2가지(H1N1, H3N2)와 B형 2가지(빅토리아, 야마가타) 등 4종류다. 지금까지는 A형 2종류와 함께 B형 중 한 종류만 막는 3가 백신을 만들었다. 기술적으로 4가지 모두 막는 백신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B형 2종류 중 그 해에 유행할 것으로 한 가지를 예측해 정하면 전세계 제약사들이 그에 맞는 독감백신을 만든다.
문제는 WHO의 예측과 실제 유행하는 B형 바이러스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최근 10년간 이런 불행한 경우가 50%나 됐다. B형 바이러스는 한겨울보다는 초봄부터 유행하는 패턴을 보인다. 상당수 학생들이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도 독감에 걸리는 게 새로운 학기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면역력이 떨어졌거나, 단순히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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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 백신은 GSK가 세계에서 처음 만들어 2012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현재 세계 34개국에서 쓰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해 처음 도입했다. 기존 3가 백신이 2~3만원대인데 비해 4가 백신은 4만원 정도로 비쌌지만 들여온 150만명 분량이 모두 팔렸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겨울 녹십자(006280)와 SK케미칼(006120)이 4가 독감백신 생산 허가를 받아 이번 가을 시장에 처음 선보이게 된다. 수성을 해야 하는 GSK도 한국으로의 수입 물량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SK케미칼의 4가 백신은 세계 최초로 동물의 세포에 배양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기존 유정란 세포를 이용한 백신의 항생제, 보존제 문제에서 자유롭고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맞을 수 있다. 또 3세 이상이면 누구나 접종이 가능하도록 허가 받았다. SK케미칼 측은 국가 필수접종 물량을 제외하고는 4가 백신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부 납품 물량이 많은 녹십자는 기존 3가 백신과 4가 백신의 생산 비율을 5대 5 정도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녹십자 제품은 7일 현재 19~65세가 쓸 수 있도록 허가 받았지만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는 오는 가을까지는 18세 이하도 쓸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5세 이상 무료접종은 3가 백신만 해당
한편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독감백신 무료접종은 기존 3가 백신으로 진행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초 녹십자, SK케미칼 등 국내 독감백신 제조사들에게 670만명 분의 3가 독감백신을 이미 주문해 놓은 상태다. 백신을 만들기까지 4~6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홍정익 과장은 “4가 백신은 작년에 처음 썼기 때문에 4가 백신 구매에 국가 예산을 반영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4가 백신이 3가 백신에 비해 예방효과가 더 큰지 올 겨울에 지켜 본 뒤 내년에 교체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무료접종용 독감백신도 결국 4가 백신이 대체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독감백신 시장은 4가 백신이 출시 3년만에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호주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4가 독감백신을 국가필수접종으로 지정했다. 이와 관련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3가든 4가든 종류에 상관 없이 매년 독감백신을 꾸준히 맞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야 우리 몸의 면역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