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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가족 사이 ‘대화법’ 때문이다. 가족들과 친척들이 한데 모이는 명절날 ‘학업·취업·결혼·출산·정치’ 이야기는 단골손님처럼 등장하기 마련이다. 기성세대(부모)와 MZ세대(자녀)가 각자 살아온 사회 환경과 가치관의 차이로 특히 대화가 잘 풀리지 않는 주제들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가족끼리 대화를 조심하거나 줄이는 ‘명절 신(新)풍속도’가 펼쳐진다.
얼마 전 직장에서 희망퇴직을 한 전모(36)씨는 “결혼이 아직 급하지 않은데 명절 때마다 부모님과 친척들은 ‘여자가 그 나이 먹도록 아직도 시집을 안 가면 어쩌느냐’는 핀잔을 늘어놓으신다”며 “미혼에 재취업준비생까지 되다 보니 올해 설은 잔소리가 두 배가 될 것 같아 어디 혼자 조용히 바람이나 쐬다 올 작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이모(41)씨는 “최근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와 지지를 가진 가족 및 친지들과의 대화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감정의 골만 깊어지더라”며 “가급적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조심하려고 해도 같이 TV 앞에서 술 한잔하면 말이 나오기 십상이고, 아직 자녀를 두지 않은 제 선택마저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되기 일쑤”라고 했다.
명절자리 대화를 조심스러워 하는 건 자녀세대뿐 아니라 부모세대도 마찬가지다. 부모로서 자녀 걱정이 되면서도 혹여 관심의 표현이 자칫 잔소리로 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미혼 자녀를 둔 박모(65)씨는 “다 큰 자식들이 제 밥벌이하며 차차 결혼도 하고 집도 마련하고 잘 살아갈 것이라 믿으면서도, 부모 된 마음으로 초조하고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인생 선배로서 혹시 필요할지도 모르는 조언을 해주고 싶지만 그저 잔소리하는 ‘꼰대’ 소리 들을까 몇 번이나 망설이다 그냥 말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명절에 가족 싸움을 피하기 위해선 불편한 대화를 잠시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가족 간 대화 단절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소통이라고 조언한다.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은 “세대 차이로 민감하거나 불편할 수 있는 화제는 굳이 좋은 명절날에 꺼내기보다 피해 가는 것도 지혜”라면서 “그렇다고 입을 아예 다무는 게 상책이 아니라, 서로 질문에 앞서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자랑거리와 근황 등 친근하고 기분 좋은 이야기부터 잘 듣고 나누는 대화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