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국내에서 처음 운영을 시작한 협동 어린이집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적으로 157개소가 분포해 있다. 전체 어린이집(4만1084개소)의 약 0.3%에 불과하다.
협동어린이집은 학부모들이 자금을 공동 출자해 어린이집을 설립하고 교사 선발 등 운영 전권을 갖는다. 부모들이 직접 운영하는 만큼 아동학대 예방, 운영의 투명성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협동어린이집 운영 철학에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지원은 빈약하기만 하다.
◇ 인력·시간없어 평가인증 통과 41.4% 그쳐
협동어린이집은 부모들이 어린이집 설립을 위해 직접 부지를 물색하고 보육활동 등의 스케줄을 직접 짜야하다보니 어린이집을 운영할 시간과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운영의 연속성을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협동어린이집 중 복지부가 진행하는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획득한 곳은 41.4%(65개)로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민간·국공립·직장어린이집 등 전체 유형별 어린이집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어린이집 평가 인증은 정부에서 영유아의 안전한 보호나 질 높은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보육 환경이나 보육 과정, 위생 관리 등 55개 항목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제도다.
인증을 통과한 어린이집은 연간 100만원 상당의 교재교부비와 함께 교사 처우개선비, 환경지원금 등 운영비를 일부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협동어린이집은 원장이나 교사들이 아닌 아닌 부모가 운영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복잡한 서류 제출 과정이나 총 3번에 걸쳐 이뤄지는 까다로운 심의 단계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생업을 포기하고 인증작업에 시간과 노력을 받칠 수 있는 부모들이 드문 때문이다.
박영열 함께크는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에서 실시하는 어린이집 평가 인증를 통과하거나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선정되면 지원비를 받을 수 있지만 해당 업무를 책임질 인력풀이 없어 손 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지난 2005년 협동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933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127명으로 10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어린이집 재원 아동 수가 2배 가량 늘어난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공동 육아에 관심이 갖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기관 보육 위주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들과 함께 육아 품앗이로 자녀의 사회성 발달과 맞벌이 가구의 보육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협동어린이집에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이처럼 공동육아에 대한 부모들의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협동어린이집은 인프라가 대도시에 집중돼 있고, 별도 정부지원이 없는 만큼 되레 비용부담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현재 협동어린이집에 두 자녀를 보내는 이모(40)씨는 “어린이집 월세로만 300만원이 나가고 있다”며 “아무리 부모들이 나눠 비용을 낸다고 해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별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동어린이집 학부모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특성상 부모가 한 아이를 기준으로 4년 정도 어린이집에 보내고 졸업한 이후에는 운영에서 손을 떼기 때문에 운영 기준이 자꾸 바뀐다”며 “어린이집 특성에 맞게 정부 차원에서 큰 틀의 회계나 운영 지침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협동어린이집은 부모가 출자를 하고 운영을 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린이집과는 성격이 다른 만큼 인증 평가 등 신청율이 저조한 것이 사실”이라며 “비슷한 규모인 가정어린이집 등과 함께 묶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