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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기 먹통인 바다 한복판서도 잘 터져요"[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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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기자I 2026.05.21 04:03:03

[스타링크발 통신시장 지각변동] ①
스타링크 설치한 어선 '광진호' 타보니
LTE·무전기 먹통일 때도 통신원활
해상 사고 대응 등 용이 '빠른 확산'
"좋지만 월 40만원 사용료는 부담 커"

[보령(충남)=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가 이르면 이번 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카운트다운에 돌입한다. 시장이 내다보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무려 1조 7500억 달러(약 2600조원). 이번 IPO로 최대 750억 달러(약 110조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수혈되면 저궤도 위성을 앞세운 글로벌 통신 패러다임 재편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우주 영토 전쟁의 서막이 오른 지금, 대한민국 해상 전선도 이미 ‘스타링크’의 사정권에 접어들었다. 저궤도 위성이 우리 어민들의 삶과 해상 통신 지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최근 충남 보령 대천항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충남 보령 대천항에서 만난 안강망 어선 ‘광진호’의 류재권 사무장(41)은 “멸치 떼를 잡으려면 격렬비열도나 어청도 너머 섬 하나 안 보이는 먼바다까지 나가야 하는데, 육지에서 60마일(96km) 이상 나가면 LTE나 무전기는 먹통이 돼서 속이 터진다”며 해상 통신 단절의 현실을 전했다. 류 사무장은 선장인 형을 도와 10년 넘게 서해 바다를 누벼온 베테랑 어민이다.

광진호가 운항하고 있다(사진=류재권 사무장 제공)
기존 해상 LTE는 육지 기지국에 의존하기 때문에 섬에 가려지거나 전파 도달 거리를 벗어나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매일 출항하는 광진호 역시 악천후 시 통신 두절을 반복적으로 겪어왔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스타링크를 설치한 이후, 어민들은 보다 안정적인 통신 환경에서 조업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류 사무장은 “작년 12월 태안 인근 해상에서 어선 전복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비바람과 파도가 배를 집어삼킬 듯 몰아치는 극한의 악천후 속에서 무전기도 안터졌다”며 “스타링크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해경과 무선하고,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통해서 소통하며 무사하게 돌아왔다”고 위성통신의 힘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어민들 사이에서도 배 타고 나가면 스타링크가 잘 터진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너도나도 스타링크를 달고 있다. 실제 스타링크는 하얀 사각형 모양의 스타링크 안테나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사용성이 편리하다.

스타링크 속도 측정 예시(사진=윤정훈 기자)
현재 국내 소형 선박용 기본 스타링크 제품은 월 250달러(약 37만원)에 5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다 쓰더라도 10메가(Mbps) 속도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어 현장 선호도가 압도적이다. 류 사무장에 따르면 먼 바다에서 스타링크 앱을 키고 속도를 측정해보면 다운로드 속도가 평균 200Mbps 이상, 지연시간도 40ms(밀리초) 안팎으로 집에서 쓰는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다만 현장에서 어민들은 기존 대비 ‘비싼 요금’과 ‘부실한 사후서비스(AS)’ 때문에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 현재 대형 상선 중심의 해운협회 등은 스타링크 도입 시 월 80만원 상당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영세 연근해 어민들에게는 지원책이 전무하다.

사진 가운데 하얀색 판 모양으로 생긴 것이 스타링크 전용 안테나다.(사진=윤정훈 기자)
기존 LTE 라우터는 월 10만 원대 수준에서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스타링크는 대리점 유지보수 비용 등을 포함해 월 40만~50만 원대 고정 통신비가 발생해 어민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류 사무장은 “스타링크가 좋은 건 알지만 기름값도 많이 오른 상황에서 매달 통신비까지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최소한 월 20만 원대 수준으로 내려와야 본격적인 보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 위성통신 시장에서도 가격 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KT의 위성통신 계열사 KT샛(KT SAT)은 지난 5월 1일 서비스 약관을 개편하며 스타링크 요금제를 대폭 인하했다. 50GB 기준 육상용 요금은 10만 원대 초반으로 낮아졌고, 소용량 구간을 세분화해 초기 도입 비용 부담을 줄였다. 이를 두고 “스타링크 확산에 대응한 사실상의 가격 방어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어민들은 여전히 비용 부담 때문에 도입을 망설이고 있지만, 해상 안전과 직결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수요는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류 사무장은 “스타링크가 아무리 좋아도 기름값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월 40만 원이 넘는 통신비는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20만 원대 수준까지 내려와야 본격적인 확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가가 해결하지 못한 해상 통신 공백을 저궤도 위성이 메우고 있는 만큼, 제도적 지원과 함께 통신 구조 전반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위성 서비스 대리점 관계자는 “스타링크는 본사 차원의 대응이 거의 없어 장애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장비를 통째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유지보수 체계 자체가 기존 통신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양수산부가 추진한 해상 재난통신망(LTE-M) 기반 ‘e내비게이션’ 등 기존 시스템은 현장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조타실 내 장비 과밀 문제와 연결성 한계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장에서 만난 한 선주는 “여러 무전기가 있지만 실제 먼바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현장은 이미 새로운 통신 체계로 넘어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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